[법Digital/화제의 판결]"내부자 단기매매 차익 반환 필요 없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이모씨(64)는 울산 J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97년 10월∼98년 2월 주식 대량 매수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맞서 회사 주식 36만여주를 주당 평균 4800여원에 샀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회사 매출이 급감해 부도 위기를 맞자 이씨는 98년 2월 중순 K사에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소유주식을 주당 9800여원에 되팔았다.

얼마 후 이씨의 주식거래 내용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이씨가 얻은 주식매매 이익 16억9000만원은 증권거래법상 금지된 내부자의 단기(6개월)매매 차익에 해당된다”고 통보했다.

증권거래법 188조는 ‘상장법인 임직원 등이 회사 주식을 6개월 이내에 팔고 사거나 사고 팔아서 이익을 얻으면 회사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J사는 이를 근거로 이씨에게 16억90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이씨는 “미공개 주요정보를 이용한 단기매매가 아니라 경영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비자발적 매도였다”며 반발했다.

J사는 지난해 이씨를 상대로 단기매매차익금 반환소송을 냈고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2부는 최근 이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차익금 반환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씨는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고 경영권 양도를 위해 매도했기 때문에 그 이익은 내부 정보 이용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씨측 소송대리인 배성진변호사는 “금감원이 단기매매차익이라고 통보하면 거의 예외 없이 반환돼왔는데 이번 사건은 그 예외가 인정된 첫 케이스”라며 “엄격하게 제한된 차익반환의 예외사유 규정을 재판부가 폭넓게 해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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