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권순활/그래도 역시 제조업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6분


작년말 일본에서는 ‘일본경제, 몰락이냐 부활이냐’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90년대 일본경제의 참담한 패배와 정보기술(IT)과 금융을 무기로 90년대에 부활한 ‘잘나가는 미국경제’의 극명한 대비가 논쟁을 낳게 한 직접적 계기였다.

당시 일본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본의 ‘강력한 제조업’에 주목했다.

반면 상승행진이 계속되는 미국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실적에 뒷받침되기보다 미래 기대에 따른 주가상승이라는 거품의 측면이 커 위기가 닥칠 경우 위험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었다.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불붙었던 미국증시 활황에 대해서도 일본내에서는 의심쩍은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미국이나 한국의 일반적 분위기는 ‘나스닥 열풍’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주’에 열광했다. 반면 일본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만간 반드시 IT거품이 걷히며 그것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니 등 일본 간판기업들이 IT를 중시하면서도 ‘제조업과 IT의 결합’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14일 미국증시의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에 이어 17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지켜보면서 일본전문가들의 경고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이번 세계증시 동반폭락이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나스닥과 코스닥 등의 인터넷관련주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사실이 눈에 띈다.

첨단기술주가 주도하는 이번 세계주가 폭락은 코스닥과 벤처열풍에 지나치게 들떠 제조업을 외면했던 우리 주위를 다시 돌아보라는 교훈을 준다. ‘제조업은 영원하다’라는 금언은 아직도 일정부분 유효하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