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피해]"송이농사도 다 망했습니다"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송이버섯 채취 농가는 이제 망했어요.”

7일부터 1주일 이상 계속된 강원 영동지방의 산불로 소나무가 타버리는 바람에 자연산 송이 채취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송이는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며 자라는 버섯. 이번 산불로 앞으로 20∼30년 동안 송이를 구경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산불의 중심지였던 삼척시 원덕면과 근덕면의 경우 송이 채취 지역의 60%에 해당하는 8600여㏊의 소나무숲이 타버렸다.

삼척임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140여 농가가 한해 동안 임협에 판매하는 송이는 평균 1만9000㎏으로 금액으로는 1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채취 농가들은 “수도권 중간상인들에게 직접 파는 경우가 많아 송이로 올리는 실제 농가 소득은 임협수매액의 3배 가량인 60억원에 달했다”며 “이번 산불로 농가당 평균 300여만원씩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해 평균 5000만∼6000만원어치의 송이를 채취하던 김동섭(金東燮·47)씨는 “평생 모은 재산으로 구입한 원덕읍 노경리의 소나무 송이밭 30㏊가 모두 불탔다”며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성군의 경우 2400여㏊, 강릉 1000여㏊, 동해 2100㏊의 송이밭이 불에 타 이들 지역의 1500여 농가들은 “이제 완전히 망했다”며 탄식하고 있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가강현(賈康鉉·34)연구사는 “송이버섯이 자랄 수 있는 소나무의 수령은 최소 20년 이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지역에선 20∼30년 동안 송이버섯을 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