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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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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좋지만 그럴 여력이 없을 때 영어 하나만이라도 잘해야 한다. 영어권 밖의 외국인과 형식적 인사를 넘어 친밀한 관계를 맺자면 영어 하나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올해부터 제2외국어를 도입하고, 우수 대학들에서 입학전형시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고등학교에서 왜곡 변질된 제2외국어 교육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학원 과외 과목 하나 더 늘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유학 가지 않고, 학원 다니지 않고는 외국어를 잘할 수 없을까?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넘게 배우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학생이나 일반인이나 모두 사교육기관으로 몰린다. 학교에서 외국어 교육 환경 개선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외국어 교육 분야의 제도 개선 및 뒷받침이 없는 한 학교가 학생들을 시중의 외국어 학원으로 내모는 지금의 모순은 계속될 것이다.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도입됐다고 영어 교육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외국인 교사는 물론 내국인 영어 교사마저 확보가 안된 상태로 영어 교육을 시작했다. 외국어 전담 내국인 교사는 물론이고 원어민 교사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배치돼야 한다. 외국인 교사 한 명이 전시적인 외국어 실습실보다 더 실속이 있다.
초등학교 영어 시간과 고등학교 제2외국어 시간은 1주일에 2시간이다. 1주일에 2시간은 배운 것 잊어 버리기에 알맞은 시간 배정이다. 외국어를 생활어로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선 집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초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은 학생에게는 물론 학부모에게 부담만 더 안겨 주었다. 외국어 학습의 특성을 고려하여 집중적 반복적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대학을 포함한 전 교육 기관에 걸쳐 교과과정 조정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한 반에 40∼50명 학생을 모아 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한 시간 내내 입 한번 열지 않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중고교의 모든 외국어 과목 담당 내국인 교사는 다분히 문법 위주의 교육을 받았고, 문법 위주 내지는 독해 중심의 교육을 했다. 다행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듣기가 있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외국어교육도 음악 교육과 마찬가지로 개별 지도를 필요로 한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개별지도는 못한다 해도 임시적으로 20명 정도로 분반해 실시해야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영어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외국어 학습 기회를 학생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우리의 이웃 국가의 언어이고 사회적 수요가 높아지는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선택해 배울 수 없다. 외국어 과목별로 선생님을 한 학교에서 모두 확보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순회교사제는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소수의 학생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방편이다.
경쟁 사회에서 선발 시험은 피할 수 없다. 능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뽑히는 것은 당연하다. 입시 제도를 없애는 것으로 제도권 교육의 부실을 해결할 수 없다. 학생기록부에 기초한 입학 전형은 오히려 전과목 전학년 과외를 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학생들의 학력이 낮아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육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내실 있는 개선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박춘은<중앙대 교수·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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