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 中 유괴―인신매매 狂風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0분


최근 중국 국민은 불과 14세의 어린 나이로 원치 않는 아기 엄마가 된 한 소녀의 사연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산시(陝西)성 산양(山陽)현의 캉밍어(康明娥). 여덟살에 부모를 여의고 걸식으로 유랑하던 이 소녀가 허베이(河北)성 량거좡(梁各庄)에 이른 것은 97년 11월말. 이곳 금광에서 잔심부름으로 끼니를 해결해가던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뤄(羅)라는 인신매매범에게 유괴돼 23세로 나이가 바뀐 뒤 류(劉)란 30대 남자에게 팔렸다. 3년간 감금생활을 하며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 그는 지난해 아이까지 낳게 됐다.

지난달 중국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 공안당국에 검거된 정밍웨(鄭明月) 3남매의 범행에 중국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560명의 여성을 유괴해 유흥가 등에 팔아 넘겼기 때문.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시에서는 1월말 어린이를 전문적으로 유괴해온 천(陳)모 형제가 체포됐다. 이들이 유괴한 어린이는 9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0여명. 그러나 공안당국은 실제 숫자가 몇배 많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 및 인신매매 범죄가 기승을 부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유괴 및 인신매매사건은 6800여건. 당국은 이 중 1600여건을 적발해 범인들에게 붙잡혀 있던 7600여명의 여성과 1600여명의 어린이를 구해냈다.

인신매매 조직에 유괴된 여성은 대부분 유흥업소에 넘겨져 매춘을 강요당하거나 농촌의 노총각에게 신부감으로 팔리고 있다.

어린이는 범죄조직을 위해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노동력이 모자라는 농촌에 팔려가고 있다. 중국에서 어린이 유괴는 주로 도시로 돈벌이 나온 부모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

최근 들어 중국 내 인신매매 범죄는 점차 전문화 조직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산시(山西)성의 한 인신매매 조직은 산시성과 인근 네이멍구자치구에 무려 725곳이나 되는 ‘인간노예시장’을 두고 유괴한 어린이와 여성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 여성도 이들 범죄조직의 주된 표적. 길림신문 등 조선족 신문에 따르면 탈북여성들은 유괴된 뒤 5000∼1만위안(약 70만∼140만원)에 농촌의 노총각에게 팔리고 있다. 일부 범죄조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들을 다시 빼내 다른 사람에게 되팔기도 한다는 것.

중국 당국은 이처럼 유괴 및 인신매매 범죄가 극성을 부리자 범인들을 최고 사형에 처하는 한편 전담신고전화를 설치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괴와 인신매매는 공산정권이 들어선 뒤 한동안 사라졌으나 70년대 후반 개혁개방과 함께 되살아났다. 특히 90년대 들어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크게 늘고 계층간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이들 범죄는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자리잡았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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