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얼음 표면은 왜 미끄러울까?

  • 입력 2000년 2월 25일 23시 41분


얼음의 표면이 미끄러운 것은 그 표면에 분자 몇 개 정도 두께의 매우 얇은 수분막이 얼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 표면의 수분막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수분 막이 형성되는 이유가 밝혀진 것은 8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부터.

또 90년대 이후 얼음 표면의 이 얇은 수분막으로 인해 서릿발이 생기고 뇌운(雷雲)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물리학연구팀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 2월호에서 영하의 기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얇은 수분 막의 최근 연구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보고서에서 얼음 표면의 수분막은 다른 고체에서도 똑같이 생기는 본질적인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8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원자 및 분자물리학연구소에서 납덩어리에 이온빔을 쏘았을 때 납이 녹는 온도인 섭씨 328도보다 10도가 낮은 318도에서 납표면에 얇은 액체막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고체 표면의 얇은 액체막은 다른 물질에서도 똑같이 생기는 자연현상이라는 것.

얼음 위에서 썰매 스케이트 등으로 미끄럼을 지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얇은 수분막이 있기 때문. 지금까지는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면 빙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스케이트 날 밑에서 강한 압력을 받은 얼음이 순간적으로 녹아 미끄러워진다는 학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워싱턴대학팀은 98년 영하10도이하의 온도에서도 이 막이 얼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에 불순물이 많을수록 이 온도는 더 낮아진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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