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민련의 '야당行'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40분


자민련은 어제 지난 2년간 유지해온 2여 공조관계를 끊고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헌정사상 처음 시도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동정부 운영은 일단 막을 내렸다.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른바 DJP공조에 합의했을 때 본란은 이념과 성향이 다른 두 당의 연대는 표만을 얻기 위한 고도의 정치게임일지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의 정당만으로는 독자적 정국운용이 어려웠기 때문에 기왕에 하려면 철저한 양당 공조체제를 갖추라고 촉구했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드러났다. 우려한 대로 두 당의 공조는 계속 삐걱거렸고 국민에게 약속한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된 책임은 물론 어제까지의 두 여당이 함께 져야 한다. 자민련이 지금 “더이상 민주당과 함께 여당을 할 수 없다”며 그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것이나 청와대와 민주당 측이 ‘유감’만 표시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대국민약속의 두 주역인 DJP가 만나 결국 공조체제를 깰 수밖에 없게된 데 대한 사과와 반성도 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만 하는 것은 지난 2년간 공동으로 나라를 이끌어온 사람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어느 한쪽이 등을 밀었건, 선거를 앞두고 자구책으로 여당대열에서 비켜서건 간에 자책하며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였어야 옳다. 또 공조파기가 선언된 이상 공동정권의 권력나누기원칙에 따라 총리가 된 박태준(朴泰俊)총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자민련이 ‘야당행’의 이유로 내건 4가지 문제도 그렇다. 내각제개헌의 불이행에 대한 우려는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대한 김대통령의 태도, 이인제(李仁濟)씨의 충청지역 출마, 민주당의 386세대공천 등을 문제삼은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자민련의 야당행이 총선용 득표전략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혹시라도 자민련이 총선 후 슬그머니 공조체제에 재합류하게 된다면 역시 선거용 속임수를 썼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민련의 이탈로 이번 총선은 1여다야 체제로 치르게 될 것 같다. 문제는 모든 정당이 너무나 뚜렷한 지역색을 무기로 선거에 임한다는 사실이다. 2년 공동정부 실험의 키워드이기도 했던 지역구도 타파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시 지역대결 양상의 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은 큰 불행이다. 어제까지의 두 여당은 이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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