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커스]바람길 막는 빌딩숲 오염 부른다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바람이 대도시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도시문제 전문가들은 도시내 바람의 원활한 소통이 대기오염과 열섬 현상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열섬 현상이란 도심 빌딩이나 아스팔트의 반사열 등으로 인해 도심의 온도가 주변보다 2∼4도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도심 관통못하고 통제◇

▼서울의 바람▼

서울의 바람은 계절에 따라 방향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서풍이다. 북쪽 남쪽 동쪽은 모두 산으로 가로 막혀 있지만 서쪽만 트여 있어 바람의 유입이 쉽기 때문. 서쪽에서 한강을 따라 들어온 바람은 대부분 도심을 거쳐 중랑천을 타고 도봉구와 의정부시 쪽으로 빠져나가고 일부는 탄천을 따라 성남시 쪽으로 나간다.

서울 동북부 지역의 방학동 쌍문동 일대는 오존 농도가 가장 높다. 98, 99년 이 지역에 내려진 오존주의보는 18건으로 서울 전체 34건의 절반이 넘었다.

서울시 권민(權旻)도시생태팀장은 “동북부 지역의 교통량이 다른 곳에 비해 적은데도 오존주의보가 자주 내려지는 것은 도심을 통과하면서 오염된 서울의 바람이 이곳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바람▼

서울 도심의 빌딩가를 걷다 보면 돌풍처럼 느껴지는 바람을 맞기 일쑤다.

이는 도심에 일종의 ‘협곡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 빌딩 숲이 계곡의 절벽처럼 돼있어 넓은 공간에 있던 바람이 갑자기 좁은 통로를 지나면서 빌딩 사이 입구 부분에서 바람이 평지보다 훨씬 거세지는 것.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가 실시한 모형실험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강북지역 도심에서는 초속 2m의 바람이 일단 빌딩 숲에 들어가면 초속 0.5m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빌딩 사이에서는 바람이 약해져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공기 오염도가 평지보다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다 도심내 열섬현상으로 따뜻해진 공기가 상승해 무게가 무거운 오염물질이 바닥으로 다시 떨어진다. 이와 동시에 주위의 오염된 공기가 다시 유입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빌딩 사이의 오염도는 심해진다는 것.

▼바람과 도시계획▼

서울시는 2002년까지 서울의 지역별 계절별 바람길을 분석해 이를 도시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서울시 문승국(文承國)도시계획과장은 “서울의 바람길을 막고 있는 곳을 조사해 주요 바람 통로에는 녹지대를 조성하거나 고층 고밀도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며 “바람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대기오염과 열섬현상이 줄어들면 냉난방용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불쾌지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연구소 오성남(吳成男)실장은 “서울의 경우 바람길만 제대로 열면 산바람 강바람이 좋아 보다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흐름 따른 녹지조성 필요◇

▼외국사례▼

독일 슈투트가르트시는 서울과 비슷한 분지형 도시로 70년대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우선 바람의 통로가 되는 지역은 도로나 녹지로 조성하고 주변 건물은 5층 이내로 짓도록 했다. 건물간격도 3m 이상이 되도록 했다. 도시 중앙부에는 폭 150m의 녹지를 조성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고 도심에 가까운 구릉지에는 새로운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했다.

<서정보·이명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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