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서울입성 놓고 재벌 '4국지'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서울의 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LG 두산의 서울팀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야구는 최근 제8구단 SK의 창단이 가시화되면서 ‘노른자위’ 서울을 놓고 국내 굴지의 4대 재벌간 사운을 건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입성의 ‘야욕’을 드러낸 SK 현대 삼성과 서울수성의 기치를 내건 LG의 이권다툼은 그야말로 ‘재벌 4국지’를 보는 느낌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SK. 쌍방울을 인수하는 대신 신생팀 창단을 하겠다며 선결조건으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에게 서울 또는 수도권지역을 요청했던 SK는 11일 KBO 이사회에서 연고지가 수원이나 인천으로 가닥이 잡히자 순식간에 말을 바꿔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SK의 프로야구단 창단 준비팀은 16일 오후 늦게 부랴부랴 창단신청서를 보내오면서 연고 희망지로 서울 한 곳만을 지명했다.

그러나 1라운드 승리의 몫은 예상대로 현대에 돌아갔다. KBO는 17일 프로야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구단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심의대로 현대가 SK에 수원을 양보하는 대신 서울 목동구장을 개보수해 빠르면 2003년 인천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구단주 총회에선 이사회 결과를 그대로 추인하던 관례를 깨고 난상토론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삼성 이건희구단주 대신 참석한 이종기 부회장은 완전한 도시연고제로의 전환도 아니면서 현대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LG 구본무구단주도 “제9구단이 창단되면 몰라도 전북을 연고지로 하던 쌍방울이 없었지고 SK가 창단됐는데 어떻게 서울팀이 세 팀이 되느냐”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격론 끝에 구단주 총회는 ‘만장일치’로 현대의 서울행을 인정했지만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

우선 SK의 반발이 거세다. SK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선수수급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연고조차 뜻대로 안될 경우 창단은 하되 올시즌 참가는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

삼성과 LG도 일단 구단주총회 결과에는 승복하겠지만 현대의 서울입성이 완결되는 순간까지 ‘돌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프로축구는 89년 일화가, 91년 LG와 SK가 서울에 들어와 ‘한지붕 세가족’을 이뤘으나 96년 도시연고제를 개편하면서 서울팀이 없어졌다. 프로농구는 지나친 경쟁을 의식해 서울을 비워둔 상태로 97년 출범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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