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남녀평등'이란 숙제

  • 입력 1999년 12월 24일 19시 45분


남녀간의 갈등문제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시대에도 있지 않았을까.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간에도 항상 다툼의 소지를 안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가정의 울타리를 떠나 이해관계가 우선하는 ‘사회적 존재’로 활동할 때는 더말할 나위가 없다. 남남(男男)간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갈등을 낳기도 하는 것이 남녀평등 문제다. 이것은 ‘불완전한 인간’의 영원한 숙명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표출된 ‘현역군필 남성에 대한 공무원시험 가산점 제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은 헌법상 남녀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여성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군필 남성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자세다. 헌재결정에 대한 반응은 환영, 반대, 파급영향우려등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그런데 평등이념에 대한 신념보다는 대체로 군필여부에 따라 갈라지는 점이 흥미롭다.

▽각자의 입장이 어떻든 헌재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헌재가 헌법정신에 대한 해석권을 갖고있음은 물론 재판관 9명이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논란 끝에 낸 결론일테니까. 이제는 ‘채용후 군복무기간 경력인정’은 어떻게 봐야할지가 관심사로 남는다. 헌재측은 이번 결정의 효력은 채용단계에 국한한다는 설명이다. 경력인정 문제는 별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이 문제도 헌재에서 맞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군필자들이 내세우는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기로에 서게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헌재결정은 남녀평등문제에 관한 본격적 논란의 시발점이라고 할 만하다. 현재 시행중인 ‘행정 및 외무고시 여성 20%할당제’와 그저께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30% 여성할당제’ 역시 논란거리다. 이래저래 헌재에는 남녀평등문제에 관한 호소가 봇물을 이룰 것 같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