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도쿄에서]오가와 하루히사 '매미소리'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매미소리' 후지사와 슈헤이(藤澤周平) 지음/문예춘추 발간▼현재 일본에서 많이 읽히고 있는 후지사와 슈헤이(1927∼1997)의 시대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매미 소리’란 작품을 밤새워 읽고 난 뒤 나는 그의 중단편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그의 작품으로 접한 것은 NHK TV가 드라마로 꾸며 방영한 ‘미쓰야세이자에몬(三屋淸左衛門)의 기록’이었다. 에도(江戶)시대 어떤 무사의 정년퇴직 후의 나날을 묘사한 소설이었다. 참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원작을 펼쳐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어떤 화가가 신문에서 ‘감명받은 한 권의 책’으로 ‘매미 소리’란 그의 작품을 추천한 것을 보고 곧바로 책을 구해 읽었다. 책을 잡자마자 책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매미 소리’는 각기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난 세 사람이 주인공. 특히 번(藩)으로 불리던 지역 토호간의 싸움과정에서 할복자살한 죄인의 아들로 태어난 마키분시로(牧文四郎)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그가 검술과 우정을 통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에도시대를 무대로 보편적인 인간성을 테마로 작품을 썼던 후지사와 슈헤이의 문학세계야말로 천황제로 훼손되기 이전 일본의 참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본의 참모습을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은 쇼와(昭和)천황을 미화한 시바료타료(司馬遼太郎)의 작품이 아니라, 후지사와 슈헤이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바의 작품에 일본을 발견하는 뛰어난 통찰이 깃들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메이지(明治)시대를 찬미하는 시바의 역사소설에서 나는 일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에도시대를 무대로 한 후지사와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소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가와 하루히사<소천청구·도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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