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키드]독일의 「숲 유치원」(하)

입력 1999-07-26 18:33수정 2009-09-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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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의 유치원에서 10년 가까이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네(34). 2월초 딸에게 ‘이상적 유치원’을 찾던 중 신문에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플렌스부르크시(市)의 ‘숲 유치원(Waldkindergarten)’ 기사를 발견했다.

‘겨울에는 하루 3시간씩, 여름에는 4시간씩 숲 속에서 자연 그대로.’(제목)

등록 한달 뒤. 그는 딸 카르라(5)과 함께 시 소유의 숲 입구에 있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 위대한 스승 ◆

“숲 속에서 채취한 버섯과 산딸기 등은 독이 있을 위험이 있으므로 먹어선 안됩니다.”(교사) “예.”(아이들)

아이들은 주의사항을 듣고 콧노래를 부르며 숲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하루에 1∼2㎞를 천천히 걸으며 온갖 형태의 자연과 마주친다. 돌 풀 꽃 이끼 새집 새알 도토리 나무뿌리 다람쥐 토끼…. 아이들은 ‘자연’을 놀이감으로 활용했다. 동식물에 호기심을 보이면 교사는 생물도감을 펼쳐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다.

아이들은 ‘숲 속 걷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그룹을 형성했다. 스스로 그룹을 옮기기도 했다. 개인끼리 또는 그룹끼리 대화가 많이 오갔다.

“쓰레기를 발견하면 즉시 수거하면서 ‘소중한 숲을 망가뜨리는 나쁜 사람’이라며 분노합니다. 어른이 되면 환경친화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교사 키트·29)

1시간 뒤. ‘쓰레기 없는 간식’ 시간이다. 아이들은 배낭을 깔개삼고 둘러 앉아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음식은 종이봉투에 싸 와야 하고 먹은 뒤 봉투는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자유놀이’ 시간은 역할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독창성을 기르는 기회. 넘어진 나무는 가게놀이의 좌판이 되고 솔방울은 돈이 된다. 잎사귀, 작은 가지, 새의 깃털 등은상품으로변한다.쓰러진 나무는 시소나 해적선으로 ‘환생’. 카르라는 솔방울 나무껍질 나뭇잎 등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걷고 달리고 나무에 오르거나 매달리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한다.

‘땡 땡 땡….’동화시간이다. 교사는 나뭇잎 등 숲 속의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곳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일반유치원생 보다 20분 이상 길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오전11시30분. 고운 노래 속에 ‘끝모임’을 갖고 숲에서 나와 숲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모들과 다시 만난다.

“숲은 뛰놀 수 있는 공간, 고요의 공간,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신선한 공기속에서 뛰어놀면 감각기관이 자극돼 집중력 인내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학부모 크리스티네가 보낸 감사편지)

25년전 덴마크에서 시작된 숲 유치원은 92년 독일에 소개돼 확산되고 있다. 헤센주에만 100여개가 있다. 교육일수와 교육비는 일반 유치원과 같다. 4세부터 최대 3년 동안 다닐 수 있다.

◆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 ◆

6월24일 오후 헤센주 마인탈시의 베를리너슈트라세 호트트의 환경교육 시간. 교사 브레티(여·36)는 15명을 데리고 숲으로 갔다. 지난 주에 심은 사과나무 일곱그루가잘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농가를 방문했다. 사과가 열려 사과쥬스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듣고 견학했다. 아이들은 사과쥬스도 ‘자연의 소중한 선물’임을 깨달았다. (이번 취재에 인천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이명환교수가 동행,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플렌스부르크·마인탈(독일)〓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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