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달에 갈 거야」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8분


▼「달에 갈 거야」제라르 프랑캥 글그림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7000원▼

“엄마는 나만 미워해.”

야단을 치면 오히려 대드는 아이. 속이 터지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자.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때 ‘나만 미워하는’ 식구들이 싫어서 이런 공상을 하지 않았던가. ‘집을 나가 버릴거야.’ ‘내가 없어지면 엄마 아빠는 슬퍼하겠지?’

‘내가 없어지면…’이라는 마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가보다. 프랑스 그림동화 ‘달에 갈 거야!’는 잔소리만 하는 식구들을 떠나 달나라로 간 여자 아이 소피의 이야기. 생애 최초의 반항기에 접어든 3∼7세의 아이와 속 썩는 부모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그린 듯한 투박한 선과 색감이 친근감을 갖게 한다.

소피는 공상가. 늘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하지만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남동생도 그런 소피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얘야 생각 좀 그만 하거라.” “누난 매일 허공만 보면서 뭘 하는거야?”

놀림에 지친 소피는 어느날 가족들에게 말한다.

“날 좀 내버려두세요! 다들 그렇게 들볶아대면 난 달로 가버릴거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무도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보름달이 창문 가까이 다가온 밤 소피는 사다리를 타고 달로 간다. 인형 카드 베개와 잠옷을 갖고….

달나라에 잔소리꾼은 없고,매일 소피와 카드놀이 줄넘기를 함께 해주는 친구들만 있다. 하지만 소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지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엄마 아빠랑 언니 동생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책을 읽어주면서 “보렴, 소피처럼 너도 집을 떠나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거야”라고 훈계하지는 말자. 이 동화의 마지막 문장은 ‘소피는 여전히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아무도 소피를 놀리지 않았어요’니까….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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