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궁금한 北의 21세기 플랜

  • 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07분


2000년을 200일 앞두고 15일 발표된 우리나라 새 천년 사업을 보면 ‘평화’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상암동에 ‘평화의 열두대문’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비롯해 지구촌의 전쟁과 평화의 상황을 지구의로 보여주는 ‘평화의 기상대’가 있는가 하면 매년 각국의 ‘평화지수’를 산출해 발표한다는 계획도 보인다. 평화공원도 기획돼 있다. 21세기를 맞는 우리의 화두(話頭)가 ‘평화’임을 실감케 한다.

▽역시 이날 D-200일 특별기획으로 본보(A9면)가 소개한 지구촌의 2000년 맞이 기획은 나라마다 21세기를 자국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영국의 밀레니엄 돔 건설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그밖에 파리∼런던을 오가는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운행되고 이집트가 피라미드, 중국이 만리장성을 이용해 오페라를 기획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심지어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인 피지와 키리바시공화국은 내놓을 만한 시설도 역사도 없자 서머타임까지 동원해 2000년의 첫 태양이 뜨는 나라임을 내세워 관광객을 모으는 기발한 경쟁까지 벌인다는 소식이다. 온 세계가 2000년 맞이 준비에 한창이고 서울에서 평화의 염원으로 가득찬 새 천년 사업이 발표되는 날 아침 공교롭게도 남북한 간에는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져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관념적이고 이벤트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의 새 천년사업이발표되는날, 서해에서 들려오는 포성은 북한이 다음 세기에무슨플랜을갖고 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이른바 ‘주체(主體)’ 연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것이없다면할 수 없지만 혹시‘적화통일’이라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판명된 망상임을 북한지도자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북한도 21세기 화두는 역시 ‘평화’여야 한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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