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동국 달라졌다』…많이 뛰고 잇단 해트트릭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18분


“앞으로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습니다.”

한국축구 ‘영 파워’의 선두주자 이동국(20·포항 스틸러스).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부진 이후 한동안 끝모를 방황을 했지만 올초 야무진 각오를 다진 그는 잦은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머리 염색도 않는 등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오직 축구에만 열중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2월 던힐컵대회에서 4골을 넣는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어 ‘역시 이동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담금질’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몸이 얼어붙은 듯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쳐 일부 팬은 그에 대한 기대를 성급하게 접기도 했다.

그러나 29일 끝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1차예선 8조.

이동국은 보란듯이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한 대회 두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의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예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몸놀림을 선보였다. 전후좌우 활동 반경이 넓어져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며 끊임없이 동료들의 슛찬스를 만들어냈다. 그가 넣은 6골도 머리 오른발 왼발 등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해 기록함으로써 ‘전천후 폭격기’의 위용을 과시했다.

허정무 대표팀감독이 “해트트릭보다는 달라진 플레이 스타일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그에 대한 기대의 한 대목.

이동국은 “매 경기 결과에 너무 매이지 않겠다”며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까지는 모든 것이 배우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련을 겪으면서 한결 성숙해진 이동국. 올림픽축구 최종예선에서 그가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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