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여성특집]전환기 맞은 여권신장 운동

  • 입력 1999년 5월 24일 08시 40분


여성주의는 여성들이 역사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종속적인 위치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어주는 힘이다.

여성들이 역사적 자각을 갖고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기로 결심하지 않는다면 21세기에도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서구 사회가 평등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향해 도약을 거듭하면서 여성을 그 흐름에서 제외시켰던 예는 놀랄 정도로 많다.

우리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90년대는 여성의 권리 향상과 관련해서 놀라운 사건이 많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고 여성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유명한 토크쇼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TV에서 폭력적인 결혼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흐름이 계속 뻗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뒤로 물러설 것인지는 여성들의 역사적 자각에 달려 있다.

우리 문화가 여성들의 역사의식을 방해하는 방법으로는 네 가지가 있다.

첫번째 방법은 뉴스에서 여성을 제외시키는 것이다. 전국적인 감시 기구인 ‘여성, 남성 그리고 미디어’에 따르면 신문의 1면 머릿기사 중에서 여성을 다루고 있는 기사의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두번째 방법은 여성들의 문화 속에서 역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여성지인 글래머는 최근 편집장이 바뀌면서 매달 실리던 정치 칼럼 대신 이달의 운세를 싣기 시작했다.

세번째 방법은 여성들이 너무 진지해지면 여성다움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사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마지막 네번째 방법은 망각이다. 최근 여대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성차별은 벌써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으며 19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계속된 여성들의 투표권 쟁취 운동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이 드물었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1910년대는 투표권 쟁취를 위한 운동이 한창 기세를 올렸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운동에 참가했던 여성들은 1920년대에 ‘남자를 싫어하는 싸움꾼’으로 조롱당했다. 여성운동은 1963년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가 출판되면서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1980년까지 활발하게 계속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여성운동가들은 다시 ‘남자를 싫어하는 잔소리꾼’으로 치부되었다.

여성들이 이런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90년대 들어 다시 활발해진 여성운동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여성을 구할 수 있는 힘은 여성들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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