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佛 시전문誌 편집위원 클로드 무샤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45분


미셸 드 기, 자크 루보 등 프랑스 현대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펴내는 계간문예지 ‘포에지’(벨랑출판사). 6월15일경 발행될 여름호(통권 88호)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현대한국시 특집이다.

수록시인은 이상 김춘수 고은 황동규 정현종 이승훈 이성복 최승호 조정권 기형도 남진우 송찬호 등 열 두 명. 77년 창간 이래 특정국가 시인의 작품만으로 ‘포에지’가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

한국특집의 산파역은 편집위원 클로드 무샤교수(59·파리8대학 불문학과). 파리근교 오를레앙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게재를 기다리는 원고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다른 편집위원들의 원성을 무마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특집 기획의 계기는?

“2년 전 지도하는 한국학생이 조정권의 ‘산정묘지’와 송찬호의 ‘살구나무’를 번역해와 읽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좋은 현대 한국시가 프랑스에는 너무 소개돼 있지 않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시의 어떤 점이 특히 매력이라고 생각하나?

“개인마다 작품경향이 달라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내 경우 기형도의 ‘포도밭 묘지’를 읽으면서 완전히 그의 이미지에 포로가 돼버린 느낌이었다. 기형도의 시는 으깨지고 파편화된 것들끼리의 대화이며 20세기 인간 정서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이번 특집은 불어권에 현대 한국시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를레앙〓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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