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약 분업 국민불편 최소화해야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26분


지난 30여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의약 분업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올해 7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가 의사 약사 단체간 ‘밥그릇 싸움’과 정치권의 입김, 국민에 대한 홍보 부족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늦춰졌던 것이 이번에 시민단체의 중재로 어렵사리 성사된 것이다. 의약 분업이란 한마디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맡겨 의약품을 잘못 또는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을 막아 국민에게 보다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어서 이번에 이루어진 의사회와 약사회의 합의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로 의약 분업이 쉽사리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병원협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이미 의약 분업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종합병원에서까지 외래환자에게는 약을 팔 수 없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럴 경우 병원에서 쉽게 탈 수 있는 약을 사기 위해 병원밖 약국으로 가야 하고, 심지어는이약국, 저약국 돌아다녀야 할텐데 그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소리다.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도 뻔하다. 그러나 약사들은 제약회사들이 종합병원에 약을 납품하면서 막대한 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상납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만큼 병원에서 약을 팔지 못하게 하면 그만큼 약값이 싸져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쪽 다 일리있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을 절충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그 전제조건은 국민의 불편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우선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과 그렇지 않은 약을 신중하면서도 되도록 국민이 덜 불편하게 분류해야 한다. 의약 단체의 이해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바람직한 제도라 해도 수십년간 몸에 익어온 관행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일은 어렵다. 이를테면 앞으로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먹을 수 없게 된다. 종합감기약만 살 수 있다. 지어 먹으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 말이야 쉽지만 막상 그렇게 하려면 많은 불편이 따른다.

따라서 내년 7월까지 1년 2개월여 남은 기간에 정부당국은 의약 분업의 준비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적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미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된 국민연금보다도 더 큰 혼란과 반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국민 또한 의약 분업이 정착되어야 할 선진제도임을 인정한다면 웬만한 불편은 기꺼이 참아내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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