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노사정 「初心」으로 돌아가야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1분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속에 출범했던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계에 이어 재계의 탈퇴선언으로 파국에 직면해 있다.

경제회생을 위해 피땀을 쏟아왔던 국민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걱정이 크다. 우리경제가 근본적 체질개선에 실패하면 진정한 경제난 극복은 요원한 일인데 이 문제의 큰 열쇠를 쥐고 있는 노사정위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파국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겨준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노사양측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정부가 ‘우는 아이에게만 젖을 주겠다’는 식으로 ‘장외’에서 노동계의 요구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업정국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두려다판을망치고말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계가 “합의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노사정위에 경영계가 더이상 참여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한 데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재계의 ‘노사정위 탈퇴’가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적 시각과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동적론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의 자세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하다. 회복세의 경제를 볼모로 투쟁을 벌이지 말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노동계도 한번쯤 귀기울여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 국민의 여망은 “노사정 모두가 후진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힘을 모으자는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노사갈등으로 빚어지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노사정 각주체가 잊어서는 안된다. 영문도 모른 채 한시간씩이나 지하철 전동차속에 갇혀 있어야 했던 시민들의 고통과 울분의 목소리를 노사정 모두는 이쯤에서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협상의 테이블에 마주앉아야 한다.

박정훈<정보산업부>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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