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난 이렇게 사고났다]

  • 입력 1999년 1월 31일 19시 39분


경북 김해시 칠산동에 있는 조그만 회사에 근무하던 나는 같은 사무실의 언니와 ‘카풀’을 해서 출퇴근했다.

96년 2월 어느날. 평소 안전띠를 꼭 매고 다녔지만 그날 아침엔 들고 있는 짐이 많아 ‘설마…’하는 마음으로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언니가 운전하는 차는 어느새 회사 입구 커브길에 이르렀고 언니는 평소 버릇대로 속도를 별로 줄이지 않고 핸들을 돌렸다.

그 때였다. 길 한가운데 커다란 돌이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언니는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이리저리 요동치며 중앙선을 넘어 길가의 전봇대를 들이 받았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나는 그 충격으로 차앞으로 고꾸라졌다. 언니는 운전석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다행히 언니는 안전띠를 매고 있었기 때문인지 손에서 피가 나긴 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을 차린 언니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왔다. 다리만 좀 아플 뿐 다친데는 없는 것 같아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가만히 혀를 돌려보니 이빨이 여러개 부러진 것이 느껴졌다. 너무나 당황스러워 머리를 쓸어 올리려는데 손에선 피가 묻은 유리파편이 묻어 나왔다.

얼마후 우리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안전띠를 맨 언니는 목과 손등만 조금 다쳤으나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나는 이빨 일곱개가 부러지고 머리와 입주변에 몇십 바늘을 꿰메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성형수술을 해 지금은 거의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띠를 매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안전띠가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임 희 숙(26·경남 김해시 부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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