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 날갯짓, 체온 유지 위한 ‘자체 에어컨’

  • 동아일보

주변 기온보다 35도까지 오르기도
바람 없이는 1분 30초 만에 ‘과열’

호박벌이 꽃 앞에서 날갯짓하며 공중에 머물고 있다. 이때 날개가 만드는 바람이 몸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호박벌이 꽃 앞에서 날갯짓하며 공중에 머물고 있다. 이때 날개가 만드는 바람이 몸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호박벌이 꽃 앞에서 날갯짓할 때 스스로 만드는 바람이 몸을 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바람이 없으면 어떤 기온에서든 1분 30초 안에 과열돼 날지 못한다.

조던 글래스 미국 와이오밍대 연구원 연구팀은 호박벌이 제자리비행 중 날갯짓으로 만드는 바람의 냉각 효과를 직접 측정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1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곤충이 비행 중 체온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오랜 기간 연구 주제였다. 기존 연구에서는 곤충이 비행 중 근육에서 만들어내는 열, 체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며 빠져나가는 열, 몸에서 적외선 형태로 방출되는 열 등을 주로 분석했다. 외부 바람이 몸을 식히는 효과도 연구 대상이었지만 곤충이 날갯짓으로 스스로 만드는 바람의 냉각 효과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나는 곤충이 만드는 바람의 세기를 측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꿀벌과에 속하는 호박벌은 꽃에 앉기 전 공중에 멈춰 날갯짓하는 습성이 있다. 비행 근육에서 많은 열이 발생해 근육 온도가 주변 기온보다 30∼35도까지 높이 치솟기도 한다. 동시에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몸 주위에 바람이 생긴다. 특히 호박벌은 비교적 몸집이 작아 같은 양의 에너지에도 체온이 더 크게 상승한다.

연구팀은 먼저 호박벌 36마리가 꽃 위에서 제자리비행하는 장면을 초당 1500장을 촬영하는 고속 카메라로 기록했다. 꽃 위아래에는 달궈 놓은 금속선이 내장된 풍속 측정 장치를 설치했다. 바람이 불면 금속선이 식는 정도가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벌이 만드는 바람의 세기를 쟀다.

측정 결과 호박벌이 만들어낸 바람은 평균 초속 0.53m, 최대 초속 1.22m에 달했다. 날개 끝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강한 바람이 생겼다. 몸집이 큰 벌은 날갯짓 횟수가 줄었지만 날개 자체가 길어 날개 끝 속도는 오히려 빨랐고 그만큼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갓 죽은 호박벌 18마리를 활용해 바람과 호박벌의 체온 변화를 분석했다. 살아 있는 벌은 스스로 열을 내고 움직이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냉각 효과만 따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죽은 벌을 비행 중 체온과 비슷한 50도까지 가열한 뒤 위에서 아래로 바람을 보내는 수직 통로에 넣고 다양한 풍속에서 식는 속도를 측정해 바람이 세질수록 열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는지 수치로 확인했다. 관계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온과 햇빛 조건에서 호박벌의 체온 변화를 컴퓨터로 각각 1000회씩 모의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날갯짓으로 생기는 바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호박벌의 체온이 크게 달라졌다. 바람이 있을 때 기온 25도에서는 벌의 몸집과 관계없이 몸이 과열되지 않아 계속 날 수 있었다. 기온 35도의 그늘에서도 몸무게 250mg 미만인 작은 벌은 계속 날 수 있을 정도로 체온이 안정됐다. 큰 벌도 그늘에서 5분 넘게 날 수 있었다.

반면 날갯짓의 바람을 빼고 계산하면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어떤 기온이나 햇빛 조건에서든 모든 벌이 1분 30초 안에 몸이 너무 뜨거워져 더 이상 날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곤충이 날갯짓으로 스스로 몸을 식힌다는 사실을 자유비행 상태에서 처음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글래스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면 비행 중 열 스트레스가 잦아질 수 있어 꿀벌류 곤충이 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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