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독 청문회 유감

동아일보 입력 1999-01-17 19:11수정 2009-09-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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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연기된 경제청문회가 오늘부터 여당 단독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거듭 지적했듯이 단독 청문회는 명분에도 맞지 않고 소기의 성과도 거두기 어렵다. 여당의 처사는 이유가 무엇이든 유감스럽다. 여야 공동 청문회는 지난해 11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합의사항이다. 여야총재의 합의도 지켜지지 않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여당으로서는 청문회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청문회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야당은 청문회 협상을 사실상 외면해 왔다. 그런 터에 여당이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야당을 설득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공동 청문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도 없다. 여당 책임자가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을 포함한 과거 정권의 비리를 캐겠다고 밝힌 것도 야당과 김전대통령의 청문회 거부 구실을 강화시켰다.

청문회 참여 조건으로 야당은 청문회 계획서 기습처리 사과, ‘정책 청문회’ 실시 약속, 여야동수(同數)특위 구성을 16일 여당에 요구했다. 그동안 관계법에도 전례에도 안 맞는 여야동수 특위 구성만 주장하다가 막판에 2개항을 추가해 요구한 것은 야당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그러나 3개항 모두를 즉각 거부한 여당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여야동수 특위 구성은 어렵다 해도 기습처리 사과와 ‘정책 청문회’ 약속은 받아들였어야 옳다. 기습처리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정책 청문회’는 여당도 한때 다짐했던 일이다. 이것까지 거부한 여당의 진의도 의심스럽다.

여당은 이들 3개항을 토대로 대야(對野)협상을 재개하기 바란다. 청문회를 좀더 연기하면서 협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치일정과 야당의 태도 때문에 단독으로라도 시작할 수밖에 없다면 청문회를 일단 열어놓고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내주 증인신문부터라도 야당을 동참시키려면 여당은 금주의 기관보고 청취를 철저히 중립적으로 진행하면서 야당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여당이 당파성(黨派性)을 드러내면 낼수록 야당의 동참을 유도하기도, 청문회 결과가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기도 어려워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총재가 합의한 청문회 취지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경제개혁의 교훈을 얻자는 것이다. 여당은 이 취지를 조금이라도 왜곡해서는 안된다. 과거 정권의 잘못을 부각시킨다고 해서 김대중정부의 짐이 가벼워질 시기는 이미 지났다. 야당 또한 여당의 타협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절충에 임해야 한다. 야당이 특히 버거워 하는 김전대통령 문제에서도 절충여지가 생기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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