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박양희/“당신의 작업복 빨때마다 눈물나요”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36분


지방에 근무하면서 고생만하는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저녁 8시만 되면 당신은 어김없이 공중전화 부스에 서 계시지요. 딸과 아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돌아가면서 통화를 한 뒤 마지막으로 저에게 ‘여보세요’하는 당신의 음성에서 여전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옵니다.

결혼한 지 벌써 7년째. 결혼초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우리 가정은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겪었지요. 그렇지만 서로를 겪려하며 알뜰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몹시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인생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예쁜 딸과 귀여운 아들도 생겼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여유도 조금 생기지 않았어요.

가족을 위해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존경스럽습니다. 작업복을 세탁할 때마다 시커먼 땟물이 빠져나오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먼지 투성이 작업장에서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 것 같아요.

또 가족과 떨어져 멀리 경주에 있어 따뜻한 밥상 하나 차려드리지 못해 늘 안쓰럽게 생각해요. 요즘은 집안 보일러 온도로 자꾸 내리게 됩니다. 당신은 방한복을 입고 추운 곳에서 일하는 데 우리만 따뜻하게 지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여보,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박양희(경기 안양시 석수1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