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司試정원 개혁案대로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29분


사법시험 합격자를 매년 1백명씩 늘려 2000년 이후에는 1천명 이상씩 뽑는다는 사시(司試)개혁안이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봄 법무부가 정원축소 건의안을 마련중이라고 해 논란을 빚은데 이어 최근에는 사법연수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축소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불을 붙였다. 사시정원 문제와 관련해 본란은 이미(지난 4월7일자) 축소에 반대한 바 있다.

95년에 마련된 사시개혁안은 법률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정원을 96년 5백명에서 시작, 해마다 1백명씩 대폭 늘리도록 하고 있다. 96, 97년에는 계획대로 시행했고 올해도 연말에 7백명의 최종합격자가 선발될 예정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매년 5백명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법조계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백명이나 감소된다. 더욱이 내년초 시험시행 공고를 두달여 앞둔 촉박한 시점이다. 사시 준비생들이 극도의 혼란을 느낄만도 하다.

사법연수원장의 정원축소 주장은 ‘예상치 못했던 경제위기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시개혁안은 200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된다는 암묵적 전제 아래 마련된 것이므로 현상황에서는 시행을 보류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사법연수생들의 취업난 가중을 큰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업계도 신규 변호사가 대거 배출되면 소송사건을 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경제사정에 따라 정원을 신축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시각은 개혁안의 근본취지를 간과한 것이다. 소송중심의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 개혁안의 근본취지는 판사 검사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려는 데 있지 않다.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학문배경을 가진 법률가를 육성,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행정 각부와 국회의 공직은 물론 학계와 기업 금융기관 등 민간에도 법률가가 필요한 분야는 많다. 통일 후에는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사시는 이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관문, 즉 채용시험 성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격시험의 방향으로 큰 전환을 해야 한다. 자격증 소지자의 직역(職域)확대는 본인들의 노력에 달린 것이지 국가가 보장해줄 성질이 아니다. 사시에 합격했다고 100% 취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않다. 의사자격증 소지자가 그렇고 외국에서 어려운 박사학위를 따오고도 일자리를 못찾는 인재도 우리 주변엔 많다. 사시정원은 개혁안대로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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