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가스폭발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04분


경기 부천에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가 난지 한달도 안돼 전북 익산에서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났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을 남겨두고 단잠에 빠져 있던 인근 주민들이 폭발음과 불기둥에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대의 빠른 출동과 대처, 주민들의 긴급대피로 인명피해를 줄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도대체 이런 일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할지 모골이 송연하다. 익산사고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안전불감증이니 인재(人災)니 하는 말도 이젠 되뇌기에 지쳤다.

94년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등 대형사고들도 잊혀진지 오래다. 가스충전소나 주유소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예사로 볼 수 있다. 설마 사고가 나랴 하는 턱없는 적당주의가 몸에 배어 있다. 지금까지의 가스폭발사고가 대부분 기본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장에 안전관리책임자가 없어 가스누출사실 발견 후에도 가스차단기를 내리기 위해 직원들이 30여분간이나 허둥댔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사고의 직접원인은 아르바이트생의 충전기 작동잘못과 주입기 파손으로 잠정결론이 났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앞으로의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충전소측의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응급처치도 못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스주입을 맡긴 것이나 현장에 안전관리책임자가 없었다는 점은 충전소측의 중대한 과실이다. 뒤늦게 달려온 안전관리책임자가 가스를 차단, 2차폭발을 막기는 했으나 그는 희생되고 말았다.

현재 전국에는 7백여곳의 가스충전소가 있으나 대부분 주택가 도로변 공장지대 등 인구밀집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규정상 주택가나 학교에서 12∼30m 떨어지고 저장탱크를 땅속에 묻을 경우에는 6∼15m만 떨어지면 허가가 나온다. 수많은 시민이 폭발물을 안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스의 가공할 폭발력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거리규정부터 고쳐야 한다. 안전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관리인 대신 자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관리인 업무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맡겨져 있는 직원 안전교육도 사고를 키운 요인이다. 관련법은 허가관청이 교육계획을 제출받도록 하고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교육계획변경을 명령할 수 있게 해놓았다. 사업자에게는 이를 충실히 이행할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익산사고는 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안전교육과 감독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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