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25]유종근전북지사의 「격식파괴」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 망명 시절에 그를 만나 경제토론을 할 때는 간혹 발을 꼬고 앉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어림도 없죠.”

김대통령 경제고문인 유종근(柳鍾根)전북 도지사는 80년대 후반 정계에 입문, 당시 김총재의 동교동을 처음 가본뒤 자신의 행동에 신경을 쓰게 됐다. 측근들이 총재 앞에서 결코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것을 보고나니 미국에서의 자신의 행동이 ‘불경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는 것.

한국사회의 독특한 격식 및 의전에 대해 새삼 느꼈지만 유지사는 여전히 격식을 거부한다.

그는 민선 1기 전북도지사로 당선되자 96년 1월 지사실과 부지사실을 축소해 민원인 및 간부직원들의 대기실로 만들었다. 실국장 14명에겐 따로 방을 쓰지 못하게 하고 대부분 과(課)에 ‘전진배치’시켰다. “직원들과 떨어져 있으면 업무파악이나 지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유지사의 설명. 국장급에 딸려있던 비서들을 부서로 보내 업무를 보조하게 했다. 2기 지사로 연임된 이후 집무실의 회의용 탁자도 빼내고 공간을 더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유지사의 이같은 ‘파격’은 돌출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도정질의 때는 도지사보다 ‘더 효율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담당국장들’이라는 주장을 폈다가 ‘지사가 의회를 무시한다’는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연초엔 일부 도의원의 양해를 얻어 개원식에 불참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궂이 참석할 필요가 없지않느냐고 여러차례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그런 유지사가 도지사 체면 따지지 않고 달려드는 일은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 투자조사차 방한한 외국인들에겐 액수에 관계없이 기회가 닿는대로 직접 투자여건을 설명해주고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미 투자와 관련된 사전조사를 완벽하게 마친 만큼 ‘거품없는’ 솔직한 자세를 보여주는 게 최선이기 때문.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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