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의 개혁 방향

동아일보 입력 1998-07-12 19:32수정 2009-09-2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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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본격 개편된다. 교육부와 서울대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대를 연구중심 대학으로 개편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8월중 공청회를 거쳐 9월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서울대가 연구중심 대학으로 바뀐다는 것은 학부대신 대학원이 위주가 되면서 학부의 입학정원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병’이 심각한 우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의 비중이 그만큼 약화되는 것이다. 대학입시는 물론 교육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학부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대신 대학원 위주로 운영되는 대학은 앞으로 서울대 하나만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강력한 교육개혁 조치에 따라 고려대와 연세대 등도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점에서 서울대의 개편작업은 전체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 전체가 개편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중심 대학의 필요성은 전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여러 사정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학입시가 사회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교육 여건에서 학부가 없어지면 해당 대학이 지니는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학 입장에서 개편을 꺼린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시설 인력 등의 확충에는 상당한 재원이 들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추진할 수도 없었다.

선진국 명문대학은 이미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한지 오래다. 현재의 학부중심 체제는 외국대학과 비교해 인재양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학부이수에 필요한 4년은 복잡다기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다. 연구의 중심이 기업 차원에서 차츰 대학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이같은 흐름을 따라잡는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교육부의 개편방향은 과외해소나 사교육비 경감 등 부차적 목표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학부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법대 경영대 의대 공대 등이 모두 입시경쟁이 치열한 학부인 점에서 그렇다.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키운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개편이 이뤄져야지 과외 문제를 먼저 염두에 둔다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명문대의 학부가 없어지면 과열 입시가 그 아래 중하위권 대학으로 옮겨가거나 서울대 대학원 진학을 노리는 또다른 입시경쟁이 가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 교육제도가 엉뚱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전철을 또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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