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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26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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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88년 장애인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제도를 정비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 이듬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장애인들의 절실한 바람도 있었지만 국제적 체면을 생각한 면이 없지 않았다.
어쨌든 이 법이 통과되면서 장애인고용 전담기관이 설립돼 관련 사업이 제법 체계화되었다. 대기업의 복도에도 휠체어가 오가고 목발에 의지한 장애인 근로자들도 간간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IMF사태 이후 분위기는 아주 딴판이 되었다. 기업 구조조정과 탄력적 노사관계로 대표되는 시장경제논리의 전면적 대두가 기업의 인력감축에 일방적인 힘을 몰아주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장애인들의 고용문제는 아예 입도 뻥긋하지 못할 분위기다.
기업의 장애인 구인율은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줄고 있으며 그나마 걱정이 덜 되었던 경증 장애인들이 해고당해 재취업 알선을 요청하는 사례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장애정도가 중하면 중할수록 생활의 참담함이 상상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장애인들은 잔뜩 기대했던 ‘국민의 정부’가 그들에게 가시적인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을 실망스럽게 바라만 보고 있다. 더구나 지금도 부족한 재활기관과 고용기능 등을 축소하려는 당국의 견해를 전해들은 그들은 “정부가 동냥을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시급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본생활의 보장이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몇만원씩 지급되는 수준으로는 울지도 죽지도 못할 형편이다. 장애인들이 부모 친지의 애물단지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고용이나 자영이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가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하거니와 최근엔 그들을 돌봐주던 부모 친지들이 실직을 당해 기댈 언덕이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둘째는 장애인 고용기능의 강화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12개 지방사무소를 두고 취업알선 직업훈련 홍보 등의 업무를 하고 있으나 몰려드는 장애인들로 인해 취업창구는 인산인해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하겠다는 기업은 줄고 있어 장애인 한명을 취업시키는데 드는 시간과 정력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업무는 유형과 정도가 모두 다른 장애인을 또다른 변수인 기업과 연결시키는 작업이므로 비능률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문제는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대사다. 좀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더 납세자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인구의 10분의 1이 장애인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을 감안해 현재 논의되는 실업기금 6조∼10조원의 10분의 1은 이같은 작업에 돌려져야 한다.
이성규<한국사회복지학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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