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만/「믿음직한 牛步」기대

  • 입력 1998년 6월 22일 06시 36분


미국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팀의 ‘황소’, 유럽 광우병(狂牛病)의 ‘미친 소’, 비무장지대(DMZ)의 냉기를 녹인 ‘북으로 간 소’.

지난주 지구촌 3개 대륙의 화두는 단연 소였다.

16일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미국 프로농구(NBA) 97∼98시즌 챔피언에 오른 시카고 불스팀의 상징은 바로 힘센 황소(BULL). 6억명이 이 경기 중계를 지켜봐 황소깃발은 지구촌 구석구석의 안방을 누볐고 시카고시는 우승환영 행사 등으로 아직도 열기가 뜨겁다.

유럽대륙은 광우병 때문에 다시 시끄럽다.

지난해 영국에서 발원한 광우병이 유럽인들을 공포에 빠뜨리자 유럽연합(EU)은 영국산 쇠고기에 수출 금지조치를 내렸다.

EU사무국이 18일 금수조치 해제검토를 발표하자 프랑스 스위스 등은 19일 “광우병은 소뿐만 아니라 양에게도 감염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금수조치를 계속할 것을 요구,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소 화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16일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과함께 ‘북으로 간 소’다.

그의 ‘황소 방북’에 대한 세계 유수 언론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세계 최초의 민간 황소외교”라는 표현은 특히 눈에 띈다.

미국 CNN은 76년 판문점에서 벌어졌던 도끼만행사건을 언급하며 “평화의 상징인 소떼가 지구상에서 가장 첨예한 군사대치 지역인 DMZ를 평화스럽게 넘어갔다”고 전했다.

북한을 ‘소 닭 보듯’ 했던 정권도 있었다. 경제상황이 전같지 않아 고민이긴 하지만 이제 북으로 간 소가 ‘통일소’가 될 수 있도록 ‘황소걸음’처럼 한 발짝 나가봄직하다.

김기만<국제부차장>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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