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동향분석]집값-전세금 『이젠 안정』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44분


부동산 가격은 언제쯤 회복될까.

국제통화기금(IMF)이후 추락을 거듭하던 집값 땅값이 최근 들어 주춤해지고 아파트 급매물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사람들도 적잖다.

이에 대한 연구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고 앞으로의 부동산 가격 동향을 점쳐 본다.

▼ 집값 ▼

최근 가격 하락률이 완만해지면서 지난 5개월 동안 최고 30%이상 떨어졌던 집값이 이제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김주방씨는 “잠실 등지에선 바닥세를 인식한 집주인들이 팔기를 보류하고 심지어 급매물을 회수하고 있다”며 “집값이 더 떨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우진 기조실장은 “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집값이 완만하게 하강하다가 최근 멈췄다”며 집값 움직임이 L자형(급격한 가격 하락이 중단되고 오랫동안 보합세를 유지하는 형태)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개발연구원 김정호 주택연구실장은 “집값이 3% 정도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전세금 ▼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전국적으로 평균 16%나 떨어지던 하락율이 크게 둔화하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21세기컨설팅의 양화석 사장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부동산뱅크가 5월말 현재 서울의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 2주전보다 3.6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하락폭이 2주전 조사치(6.29%)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부동산뱅크의 김우희 편집장은 그러나 “6월 들어 서울지역 전세금 하락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최근의 전세금 동향은 과거의 추세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당분간은 S자형(가격이 급격한 하락세와 보합세를 반복하는 형태)의 하락 국면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 땅값 ▼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아직은 추가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토지공사 봉원익 지가정보부장은 “3∼4월에 떨어질만큼 떨어져 5월 이후에는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컨설팅 양 사장도 “용도 변경이 어려운 지역의 땅값은 더욱 내려가겠지만 곧바로 활용이 가능한 땅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개발연구원 박헌주 토지연구실장은 기업보유 부동산과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때문에 추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종합 전망 ▼

전문가들은 집값과 땅값을 좌우할 고비로 부실기업 퇴출과 부동산시장 개방을 꼽았다.

김정호 실장은 “부실기업이 정리돼 우리 경제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가 늘고 여유계층이 주택과 건물 구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택 구입능력을 나타내는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배수(PIR)가 많이 낮아진 것도 집값의 대폭적인 추가 하락은 없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90년 11.6배까지 치솟았던 PIR이 5배로 내려 일본의 4.5배와 비슷해진 상황이며 거품이 충분히 빠진 상태라는 것.

그는 9월까지 급매물이 대부분 팔리면서 올 연말까지 집값이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내년 상반기 이후 점차 회복세를 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봉원익 부장은 7월부터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전면 자유화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땅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기업 퇴출로 대량실직이 발생하고 기업보유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면 값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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