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우리아이 사회우등생 만들기」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아이들은 묘목(苗木)과도 같다.

큰 나무로 잘 자라기 위해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목마름을 태우기도 하고,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하고, 장대비에 종일 몸을 적시기도 한다.

나무는 홀로 자라지 않는다.

새들은 날아와 그 머리카락 어디엔가 둥지를 틀고 벌레들은 수액의 향기에 취해 밤낮으로 축제를 벌인다. 나무에게 자연의 친구가 없다면? 아마도, 영혼의 외로움으로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을 온실 속에 꼭 가둬놓고 ‘성적과 입시’에 필요한 비료만 잔뜩 주고 있지는 않는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실핏줄처럼 어머니의 땅을 감싸안는 뿌리도 있어야 하고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잔가지도 있어야 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잎새들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여기에 ‘에디슨 아동’을 숨막히게 하는 우리의 교육현실. 고구마 밭에서 다이아몬드를 캤는데도 단지 고구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때에 맞춤하게 선보인 ‘우리 아이 사회우등생 만들기’. 작년 한해 동아일보가 벌여온 교육캠페인 ‘지구촌 인성교육현장’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아시아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남미에 이르는 지구촌 곳곳의 ‘사람을 바로 세우는’ 떡잎교육 이야기. 바른 생활습관과 공동체의식, 생명존중과 자연사랑, 협동과 봉사정신을 북돋아 주고 키워주는 모범적인 사례들을 풍부하게 담았다.

동아일보 기자 9명의 생생한 현장보도에 전문가 체험자의 견해를 곁들였다.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학부모와 해외거주 교민들의 경험담도 함께 듣는다.

신문에 연재될 당시 ‘살아있는 인성 교과서’라는 평을 받았다. 모 교육청에서는 ‘인성교육 이렇게 합니다’라는 책자를 만들어 일선학교에 교재로 나누어줬을 정도.

영국인과 독일인의 몸에 밴 절약정신. 양말을 기워신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마다 이발기구를 갖춰놓고 아이의 머리를 직접 깎아준다. 아이들 옷가지도 중고품 가게에서 한 보따리씩 사서 입힌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찌 물자 귀한 줄 모르겠는가.

아이들에게 일부러 비를 맞게 하는 이탈리아의 유치원. ‘학교는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이 사회의 어느 곳에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곳’이라는 싱가포르의 영국계 고등학교. 학교를 ‘작은 사회’로 규정하는 미국….

‘삶’의 체험과정에서 자연스레 ‘앎’이 스민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산책을 통해 맑고 고운 심성을 키워주는 일본.참으로 인상적이지 않은가.

어린이에 대한 체벌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

잘못을 하면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벌을 받는다. 그곳이 남의 집이든 사람이 법석대는 기차간이든. 매를 들거나 아이를 윽박지르기 보다는 TV를 못보게 하거나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벌을 서면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동아일보사 펴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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