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印尼 재야지도자 라이스]『수하르토 법정세워야』

  • 입력 1998년 5월 24일 20시 12분


‘수하르토 이후의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아미엔 라이스(54)가 꼽힌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박사, 최고명문인 국립가자마다대 교수, 회원수 2천8백만인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 대표.

‘인도네시아의 대안’으로 평가되는 그를 23일 오후 자카르타시내 무하마디야 본부 2층 소접견실에서 만났다. 연일 계속한 대중연설로 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시종 미소를 띠어가며 자신의 구상을 차분히 설명했다.

―현 하비비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결코 2003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없는 과도정부다. 21일 취임 직후 대통령궁에서 하비비를 만나 ‘나는 당신의 스파링 파트너다. 경제 사회 정치문제를 놓고 한번 겨뤄보자’고 했다. 필요한 경우 협력하겠지만 6개월 내에 개혁이행에 실패할 경우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반응은 어땠나.

“개혁을 약속하며 개혁추진위원회의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개혁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얼굴마담’으로 팔려갈 수는 없다. 대통령을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물을 것이다.”

―수하르토 전대통령 처리문제는….

“하비비가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문제가 안된다. 가능한 한 빨리 법정에 세워 불편부당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5백여명이 숨지고 수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같은 대가를 치르면서 부패한 자는 처벌받는다는 교훈을 후대에 남기지 못하면 역사앞에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수하르토의 가족과 특혜를 입은 기업들은….

“마찬가지다. 유죄가 인정된다면 부당한 재산은 반납해야 한다. 헌납후 진정으로 국민앞에 사죄한다면 사면처리할 수 있다.”

―외국자본을 비판적으로 본다는 우려가 있던데….

“오해다. 국제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왜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하르토정부와 체결한 계약은 인정하겠지만 외국기업이 특혜를 받아 100%지분을 갖고 광산개발을 하는 식의 외자에는 반대한다.”

―화교에 대한 이슬람계의 약탈사건에 대해….

“폭도를 감쌀 생각은 없다. 그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재산을 보호한다는 코란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슬람계 기업은 은행돈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지만 화교기업은 제 주머니 돈 쓰듯 하는 등 수하르토정부의 특혜가 문제였다. 인도네시아 외환위기도 이들 기업 때문에 온 것 아닌가. 경제 사회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향후 투쟁계획은….

“앞으로 2, 3개월은 갈가리 찢긴 인도네시아인을 치유해야 한다. 인종 지역 종교간 통합작업에 나설 것이다. 광범위한 정치 경제개혁을 이루는 것이 양보할 수 없는 목표다.”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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