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윤배/교수임용비리 근절책 세워야

  • 입력 1998년 2월 19일 08시 32분


교직 사회에서의 임용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에서마저 교수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비리가 자행되고 있다고 하니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와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교수임용비리는 교육 감독기관의 직무유기, 교육관계법의 미비 그리고 도덕불감증에 걸린 일부 대학의 재단과 교직마저 돈으로 사려고 하는 사이비 지식인 등이 합작으로 빚어낸 산물이다. 학문을 연마하는 상아탑이자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세간에 비리의 온상인 양 회자된다면 이는 대학인 모두에게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불행하게도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담합행위, 교수임용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각종 불법사례가 ‘교수 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에 작년 한해동안 1백60여건이 접수돼 고발조치되었다니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뛰어난 실력과 능력에도 단지 돈 인맥 배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강단에 설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사회에서 마지막 양심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대학마저 병들고 썩어간다면 국제화 세계화를 외쳐봤자 한낱 공염불일 뿐 우리 나라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인은 물론 교육관계기관 모두는 더 늦기 전에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자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특히 그동안 관리 감독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해 왔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쉬쉬하며 덮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강구 등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대학 설립자와 재단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는지 심각하게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 교육시장의 완전개방, 대입 지원자의 감소, 대학종합평가 등 많은 난제들이 대학의 존립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비리 임용교수의 존재는 대학의 생명력을 그만큼 더 단축시킨다고 할 수 있다. 또 예비 교수들 역시 비리를 저지르고도 학생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을지 곱씹어 볼 일이다. 21세기 교육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은 다시는 교직사회에 어떤 비리도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적인 근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윤배<조선대 정보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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