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박상천/『英선 신호없어도 질서있게 소통』

  • 입력 1998년 1월 26일 18시 30분


영국지사에서 두차례에 걸쳐 10여년간 근무하면서 절제와 양보가 몸에 밴 운전문화를 실감했다. 수백년된 도시인 런던의 차도는 대부분 좁다. 그러나 서울보다 약간 넓은 면적에 자동차는 3백만대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좁은 길에서 차가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켠다. 물론 상대방에게 비키라는 경고의 의미다. 그러나 런던에서는 야간에 좁은 도로에서 운전자가 상향등을 켜면 자신이 양보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런던근무 시절 이런 적도 있었다. 오전 3시경 야근을 마치고 런던 교외의 집에 거의 다왔을 때 한 청년이 빨간신호등 앞에서 ‘신호야 바뀌어라’며 운전석을 두드리고 있었다. 생긴 모습은 다소 불량해 보였으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신호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국에는 교차로에 신호등 대신 ‘라운드 어바우트’(Round About) 시스템을 운영한다. 4거리든 5거리든 차도가 교차하는 곳의 중앙에 신호등 대신 동그란 섬(아일랜드)이 있으며 각 방향에서 차량이 진입, 좌회전한 뒤 모든 방향으로 갈 수 있다(영국은 운전석이 우측에 있고 좌측통행이 기본진행방향이다). 섬을 돌고 있는 차가 있으면 다른 차는 진입하지 않는다. 진입을 알리는 신호등이 없는 것은 물론이며 모든 방향의 차들이 선착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각 방향으로 돌아가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영국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위반일시와 부과 과태료, 벌금 등이 면허증 뒷면에 기재된다. 신입사원이 처음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교통법규 위반 전례가 있는지를 첨부토록 한다. 영국인들은 위반사례가 없는 ‘클린 면허증’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법규위반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교통경찰관에게 ‘뇌물공여의사표시’는 금물이라는 점이다. 국내 모그룹의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자 2천파운드를 뇌물로 주려다 정식재판에 회부돼 1만파운드를 벌금으로 문 적이 있다. 당시 외국인 상사직원의 경우 음주운전 과태료는 3백여파운드에 불과했다. 다만 6개월가량의 면허정지처분을 뇌물로 피하려다 봉변한 것이다. 박상천(SK상사 신규사업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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