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상현/정부조직개편 문제 있다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9분


국제통화기금(IMF)의 혹독한 채찍을 맞으면서 각계 각층에서 고통 분담의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대다수 국민은 의식을 전환하여 국난 극복에 동참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깊은 시름 속에서도 과소비를 자제하고 금모으기에도 호응하는 등 점차 자기 몫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몇개 부처 통폐합 군살못빼▼ 재벌은 아직 그 진의를 알 수 없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에게 개인재산 출연 용의 등 중요한 약속을 한 바 있다. 노동계도 ‘국민협약’을 도출하기 위한 노사정(勞使政)위원회에 참여하여 고용조정 등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부도 세출을 줄이는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동시에 조직개혁의 난제를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정개위)에 맡겨놓고 있다. 요컨대 각자 사상 초유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하여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모두들 뼈를 깎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주장이 무성한 가운데 나온 정개위의 정부조직개편 시안과 공청회에 참가한 토론자들이 제기한 지적들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정개위의 시안을 보면 요컨대 기존 정부기능을 합치거나 재배분하고 대부분의 처를 격하하여 총리실에 소속시킴으로써 장관자리 몇 개와 외청이나 기타 조직을 축소하는 정도의 표피적 발상에 그치고 있다. 비상한 국난의 상황에서 겨우 이 정도의 개편안이라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 급한 나머지 만일 과거 행정쇄신위원회나 관련 학회가 연구한 결과를 참고하여 안을 만들었다면 이는 태평성대의 인식하에 정부 효율 제고에 도움되는 연구일 뿐 비상시국을 헤쳐나가는 조직개편 자료로는 그 자체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조직적로 비경쟁과 부처이기주의에 시달리더라도 중심을 잃지말고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는아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첫째, 이 기회에 가장 급한 일은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많은 권한 중 민간에 넘겨도 괜찮은 기능이 무엇인지를 가려내어 과감히 민영화함으로써 정부의 몸무게를 가볍게 하는 조직개편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현 정부가 목청을 높이고도 달성하지 못한 규제완화가 비로소 가능해지고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왜 교도소는 민간에 위탁경영을 못하며 국립대학 몇 개쯤 매각하거나 합병할 수 없는가. ▼철도청 민영화 왜 못하나▼ 둘째, 민영화하고도 남은 정부의 서비스 기능에는 항상 민간의 유사조직과 상업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제개편을 할 것들이 있다. 예컨대 교육 조달 법무 산업기술 정보통신 운수항만 분야 등의 서비스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철도청의 민영화를 전제로 한 공사화는 5.16 직후의 안이건만 지금도 추후 검토과제라니 한심하다. 셋째, 현재 A부처의 어떤 기능을 B부처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한지 또는 C부처와 D부처의 통폐합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개편을 이처럼 주로 조직통폐합이나 기능재분배 차원에서 논의하는 한 결국 정부조직자체의 경량화는 초점을 잃는다. 넷째, 종래의 부처를 격하하는 방안은 우두머리의 지위만 격하되고 그에 상응한 조직원의 대폭 정리해고가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의 분위기 때문에 당장은 이를 감수하지만 격하된 조직은 김대중정부의 임기만료 전에 무슨 명분을 내걸든지간에 도로 원상회복 내지 확대되리라는 것은 과거의 예가 증명한다. 다섯째, 정부조직 개편은 각 부처가 거느리고 있는 산하기관과 정부출연 연구소의 개혁, 그리고 각종 기금운영의 난맥상 시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단행해야만 시너지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근로자도 정리해고되는 아픔을 당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대담한 발상전환으로 좀 더 많은 고통을 솔선수범한다는 의지를 조직개혁에서 보여야 한다. 송상현(서울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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