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현두/「지역책임제」가 防犯 해결하나?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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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7일 전국 경찰에 특별 범죄예방 및 검거활동 강화지시를 내렸다. 연말연시나 명절을 앞두고 의례적으로 경찰이 취하는 조치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의 사정은 달랐다.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복지부동하게 마련인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상부의 지시가 일선 하부조직까지 얼마나 먹혀 들어갈 수 있겠느냐에 대해 은근히 고민이 많았다. 더욱이 경찰의 정기인사가 새정부 출범 후인 3월로 연기된 상태였다. 고심끝에 수뇌부는 범죄 발생과 검거에 대해 일선 경찰서의 서장과 과장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지역책임제를 도입했다. 강도살인 인질강도 금융기관 강도는 5점, 금융기관 등 현금다액 취급업소 절도는 3점, 택시강도는 1점씩 감점하고 범죄 발생후 7일이내 검거치 못할 경우 발생과 똑같이 감점한다는 구체적인 채점표까지 만들었다. 한달 후 채점 결과에 따라 감점이 많은 경찰서 서장과 과장 파출소장에게는 계고장과 함께 그 결과를 승진 전보 등의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것도 물론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일선 경찰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가 찬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범죄발생의 유형이 다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근무태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납득키 힘들다는 것.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오히려 범죄발생 자체를 숨기거나 고3 수험생처럼 점수따기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때마침 부산교도소 탈주범 신창원이 경찰과 격투끝에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뇌부가 고육책으로 지역책임제를 도입했더라도 일선 경찰간에 공조체제가 이뤄지지 않아 범인을 놓치는 수모를 계속 겪는 상황에선 모든 것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현두<사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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