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20년간 유물 수집 탐라박물관 이명희씨

  • 입력 1998년 1월 12일 08시 45분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기가 버겁지만 관광지의 수준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내 탐라박물관 관장 이명희(李明姬·55·여)씨는 문화유산이 소외되는 현실에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롯데상가 2층에 문을 연 탐라박물관은 이씨와 남편 이경훈(李坰燻·63)씨가 일궈낸 결실. 건국대 생활미술과 출신인 이씨는 70년대 초반부터 옛 생활용품이나 장신구 등을 취미삼아 모으기 시작했다.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제주지역을 찾아 향토색이 짙은 민구류도 수집대상이었다. 남편도 고미술과 유물에 대한 눈을 떠 희귀 민화를 모으는 등 부인 이씨를 거들었다. 20여년동안 모은 유물이 2천점을 넘어 서울 여의도 집에 보관하기 힘들게 되자 이씨는 고민 끝에 제주지역에 정착하기로 하고 96년 9월 박물관을 열었다. 개관까지는 주위의 도움도 컸다. 타악기연주자로 미각(微刻)예술가인 김대환(金大煥)씨는 이들에게 쌀 한톨에 반야심경 2백83자를 새겨넣은 미각작품 등 20여점을 기꺼이 건네줬다. 박물관에는 김씨의 미각작품 외에 △민화 △문방서화 △장신구 및 공예품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씨는 “관광객 알선수수료 관행을 무시한 탓인지 관람객이 생각보다 적다”면서 “그러나 문화공간이 절대부족한 제주지역에서 박물관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임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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