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김종완/「고속철」중단은 안된다

  • 입력 1998년 1월 6일 07시 50분


경부고속철도가 ‘동네북’이다. 부실시공 문제만 나오면 경부고속철이 도마에 오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잘못된 국책사업의 표본으로 경부고속철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경부고속철의 ‘업보’는 작년 7월 천안∼대전간 시험선 구간에 대한 미국 WJE사의 구조물 안전진단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철로 상판을 받치는 교각 밑부분 귀퉁이의 콘크리트덩이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드러난 모습이 TV화면에 클로즈업되면서 온통 ‘부실투성이’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이나 시공사측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공사가 엉망인 것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일례로 운주터널의 경우 63곳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추후 WJE사가 “실제로 보수가 필요한 것은 1곳뿐”이라고 공식 해명한 것을 항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어쨌든 경부고속철의 업보는 100% 안전시공에 만전을 기하라는 채찍이 돼서 건국 이래 최대의 첨단 건설공사가 완결되는 날까지 늘 따라다니는 것이 좋다. 시속 3백㎞로 달리는 ‘탄환열차’의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니까. 경부고속철을 놓고 다시 논란이 무성하다. 건설계획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에서부터 건설 중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제시돼 있는 유력한 수정안은 서울에서 대구까지 예정대로 건설하고 대구∼부산간은 기존의 철도를 전철화해 고속철도가 달리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새정부가 최종 결론을 내리겠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건설 중단론은 너무 무모하다는 느낌이다. 94년 12월 착공한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의 노반공사는 현재 84%의 공정을 보여 전체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이고 서울∼천안은 20%, 대전∼대구 구간은 5%의 공정을 각각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된 예산도 2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경부고속철의 건설은 충분한 당위성을 갖고 있다. 국가 대동맥인 경부축에 한국 인구와 생산의 70%가 집중돼 있고 매년 여객 3%, 화물 4%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부축의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산업체의 물류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5.7%(미국은 10.5%)나 차지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한탄이 아니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둔감했던 5,6공과 문민정부의 실정(失政)을 추궁해도 마땅할 일이다. 경부고속철의 경제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고 45%와 해외차입 및 공채발행 55%의 비율로 건설재원을 조달하는 고속철의 적자 기간을 얼마나 감당해야 하느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어떻게 최소의 비용으로 건설해 경제성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대전과 대구역의 지하화 문제가 한 예다. 대전 대구시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다면 도심 지하 40m 깊이에 고속철도역을 건설하는 대신 경부선 철도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IMF시대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철도역에 고속철도가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별도의 선로만 까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지하역 건설을 보류할 경우 1조2천억원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은 요리를 만들 때 긴요한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필수 양념에 해당한다. 이 양념으로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장맛은 장독의 크기와 무관하다. 경부고속철이 장맛보다 장독 크기에 치중한 면이 있다면 거품을 빼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달려야 한다. 김종완(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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