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곽수일/신뢰도 높여야 산다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오늘의 우리 경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단기외화부채는 1천1백억달러임에 비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액은 5백7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IMF 구제금융 이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에게 장단기 자금이 유입되어야 비로소 지금의 수입과 지출이 맞게 된다. ▼ 들어오지 않는 달러 ▼ 그러나 환율이 달러당 1천7백원에 이르고 금리가 연 25% 수준까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유입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한도를 대폭 늘리고 채권시장까지 개방하였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그들은 우리 증권의 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고 환율도 비정상적으로 올라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정상을 되찾으면 증권투자수익과 환차익의 이중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우리의 금융기관들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 경제는 부도라는 벼랑으로 전락하게 되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대로 위축될 것이다. 이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첫째는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를 회복하고 높이는 것이다. IMF와의 협약체결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단기외화부채가 애초 한국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1천1백억달러로 급증하였고 대우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과정과 부실금융기관 구제에서 드러난 구태의연한 정부정책이 외국투자자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점을 지적한다. 설상가상으로 대선 후보자의 IMF와의 재협상 주장은 IMF와의 협약준수 의지마저 의심케 하며 국제적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켜서 결국 한국이 부도가 나야 비로소 필요한 개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IMF와 약속한 협약을 충실하게 신속히 수행하는 정부의 노력과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이 우리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지 우리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IMF와의 협약대로 정책을 충실히 집행해야 한다. 둘째로 이런 경제적 위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절약운동보다는 노사정 합의에 의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우리의 경제회생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 협약수행 노력 보여줘야 ▼ 기업합병시에도 인원을 감축하지 못하는 현재의 제도는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사정의 대합의에 의하여 선진국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고 대신에 실업보험과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셋째로 금융부문의 구조개혁을 신속히 단행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 우리의 개혁의지를 천명하여야 한다. 부실은행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얼마나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비추어지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을 폐쇄하고 왜곡된 금융시장구조를 단기간내에 개선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우리 경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부도가 나든지, 아니면 국제적 신뢰도를 제고하여 외화유입이 시작되든지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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