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부유층의 「장롱달러」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7분


▼어느 나라든지 짧은 기간에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다보면 신흥 부유계층이 생겨나면서 빈부격차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우리 나라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다지 빈부격차가 크지 않았던 우리 사회는 그 이후 고도성장 과정에서 큰 돈을 만진 사람들이 급증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소득 상위 20%의 계층이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소득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유경제체제에서 부유층 탄생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돈을 벌게 된 과정과 씀씀이다. 고생고생 하면서 어렵게 돈을 모은 사람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폭등 따위로 가만히 앉아서 부자가 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땀 흘리지 않고 축적한 재산은 그만큼 헤프게 써질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 졸부들의 어이없는 과소비가 외국인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는 사례도 수없이 보아왔다 ▼부자의 「규모」도 달라졌다. 『집이 얼마나 큰지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더라』 『집 전체가 외제 일색이더라』하는 소문도 많았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한 부잣집 전문 절도범은 『부잣집 장롱 안에는 외화가 그득하더라』고 「생생한 목격담」을 전했다. 짐작이 가는 일이긴 했어도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마당에 얘기를 접한 서민들의 분노가 대단하다 ▼지금 시중에는 경제파탄의 책임 소재를 묻는 공방이 치열하다. 냉정히 따지자면 국민 가운데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며 살아온 서민들은 과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 서민들에 비하면 부유층의 사정은 다르다. 부유층이 과거의 흥청거리는 행태에서 벗어나 제 정신을 차려야만 우리 경제의 회생시기가 그만큼 단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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