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5월 5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말레이시아를 9위로 꼽았다. 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 이어 네번째로 10위권내에 선정돼 놀라움을 주었다.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이니 공신력에 의문이 있을 수 없겠다. 실제로 콸라룸푸르무역관 근무 1년 가까운 동안 피부로 느끼는 이 나라의 경쟁력을 우리와 비교할 때 놀라운 점이 너무나 많았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발급받으러 갔을 때였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운전면허증이 통용되지 않는 나라다. 대사관 영사확인을 받은 한국면허증 영문번역본과 여권사진 2장 등을 2,3종 신청서 양식과 함께 제출했다. 신청서 접수증이나 주겠지 했는데 불과 10여분만에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즉석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다니. 한국에선 경신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는데. 서울에서 외국인이 한국면허증을 받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만감이 교차했다.
내친 김에 전화국에도 들렀다. 전화신청서를 제출하자마자 원하는 번호가 있는지 창구직원이 친절하게 물어왔다. 국번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나머지 번호는 중복여부만 확인, 원하는 전화번호를 주겠다는 얘기였다. 서울에서 쓰던 번호로 신청했는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보더니 즉시 등록을 해주겠단다. 7천원 정도의 번호선택 수수료만 내면 2주일 이내에 전화를 가설해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국을 나섰다. 또 한번 놀란 순간이었다.
지난 4월초의 일이었다. 사무실 책상에 낯선 카드가 놓여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해 10월초 치료를 받았던 치과의원에서 온 카드였다. 치료한 지 6개월이 됐으니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치과에 가봐야지 하던 참에 촉진제가 된 셈이다. 엔진오일을 갈아넣은 카센터에서도 3개월쯤 지나자 교체시기를 알리는 카드를 보내왔다.
콸라룸푸르는 최근 급격한 자동차 증가로 러시아워의 시내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때 교통경찰은 주요 교차로에서 신호등이나 차선에 관계없이 재량을 발휘, 시내방향 소통을 돕는다.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근할 때 텅빈 반대차선을 답답하게 바라보던 일을 떠올리면서 우리의 경쟁력은 아직 거북 걸음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임성빈〈콸라룸푸르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