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돈 헤프게 쓰지 말라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국민들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건 정부가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쓰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와 공기업이 예산을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짜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쓰는 등 편법집행과 낭비가 작년 한해 5천8백억원이 넘는다는 감사원의 결산보고서는 충격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라는 생각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이라도 된다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실제 필요한 액수보다 2백억원을 더 얹어 예산을 짜놓고 남은 돈을 공무원의 휴가비와 여행비로 쓰거나 불용액으로 처리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어디 그뿐인가. 목적 외의 용도로 1백26억원을 무단전용했고 불필요한 조직운영에 1백억원을 낭비하는가 하면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확보했다가 쓰지 않고 이월한 것이 3천7백억원이라는 지적이다. 드러나지 않은 예산낭비는 또 얼마나 될지 모른다. 정부만 예산을 낭비하는 게 아니다. 국민돈으로 운영하는 공기업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력이 연합텔레비전뉴스(YTN)를 90억원에 인수한다든지 포항제철이 서울신문에 2백억원을 출자한 것들이 그 예다. 그러고도 걸핏하면 공공요금을 올려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 복마전같은 거대 공기업을 이처럼 국민의 동의 없이 방만하게 운영해선 안된다. 탈세하는 국민을 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예산을 낭비한 공무원은 엄벌해야 한다. 하위 실무직 공무원이나 징계한다고 이런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다. 국고를 헤프게 쓴 부처는 장관 차관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지우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이 다른 사업에 출자나 출연을 할 때도 국회동의를 받게 해야 한다. 정부는 예산낭비 요인을 없애고 재정의 효율을 높이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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