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거미를 모은 것은 새로움에 대한 희열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 한국산 거미 6백59종 7만점과 동굴동물 1백40종 3만점을 기증하는 기증서를 전달한 南宮焌(남궁준·77)씨.
경제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거미수집에 반평생을 바친 남궁씨가 거미수집을 시작한 것은 6.25동란 직후. 시골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 전국과학전의 출품작을 물색하면서였다.
『나비와 조류는 꽤 많은 사람이 수집활동에 나서고 있어 하찮게 여기는 거미 수집이 「작품」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40년 이상 전국 방방곡곡에서 거미를 수집했죠. 깊은 계곡이나 동굴을 탐사할 때는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도 허다하게 많았습니다』
남궁씨가 처음 거미수집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는 1백여종의 거미만 알려져 있었다. 그동안 그가 단신으로 수집한 거미가 총 6백59종이므로 5백종을 새로 발견해 낸 것이다.
한국거미연구소 고문과 한국곤충학회 이사등을 역임한 남궁씨는 중앙과학관에 표본을 기증한 이후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학문적으로 손색이 없도록 표본을 분류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은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그동안 모은 표본을 도감으로 제작하는 일에 매달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는 거미도감에 투자하려는 출판사가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젊은 대학생들과 많은 수집활동을 벌인 남궁씨는 『학생들이 직장을 가진 뒤 수집취미를 잃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하면서 올여름에도 대학생들과 탐사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수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