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국경제 위기론과 멕시코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한국은 제2의 멕시코가 될 것인가. 위기론자들은 최근 경상적자와 외채규모가 커지면서 한국경제의 멕시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연말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약 4.5%, 총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 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 전체의 남미화를 경고하는 이들도 적잖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올 상반기 수출이 이례적으로 줄었다. 94년 12월 급격한 외자유출과 함께 야기된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사태 당시 멕시코의 경상적자 수준이 국내총생산의 약 8%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우려가 막연한 기우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남미, 더욱이 한국과 멕시코의 경제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양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저축률은 멕시코에 비해 훨씬 높다. 멕시코는 94년말 국내총생산 대비 투자율이 23%일 때 저축률이 15% 수준에 머물러 경상적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각국은 30% 이상의 저축률을 보여 높은 투자율을 상당부분 뒷받침해 멕시코와는 사정이 다르다. 둘째, 유입된 외자의 구성과 그 사용처가 차이난다. 멕시코는 경상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유입된 외자의 3분의2 이상이 단기성 투기자금, 소위 「핫머니」였다. 반면 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외자는 외국인 직접투자로 장기 투자자금에 해당된다. 한국은 차입과 증권시장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가장 많다. 이 자금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에 의한 투자가 대부분이므로 멕시코 위기처럼 단기간에 급속히 빠져나갈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멕시코에서는 유입된 외자가 대부분 소비를 부양하는데 쓰였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높은 투자를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셋째, 멕시코와 한국은 환율정책이 다르다. 멕시코는 대선 승리를 위해 경기호황이 필요했고 계속된 외자유입으로 경상적자가 쌓이는데도 고환율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경상적자로 인한 환율절하 압력을 완화시키려니 보유외환으로 자국 화폐를 매입할 수밖에 없었고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자 결국 고환율정책을 포기하게 됐다. 이것이 멕시코 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그러나 한국은 적정환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와는 크게 다르다. 현재 한국경제가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라는 문제를 안고는 있지만 이것이 곧 멕시코와 같은 위기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는 아직 시기상조다. 더욱이 우리는 80년대초의 마이너스성장과 고인플레 및 국내총생산의 10%에 이르는 경상수지적자 위기를 이겨낸 경험도 있다. 현재 상황은 이런 과거 위기에 비해 얼마든지 유지가능한 수준이라 하겠다.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설 경우다. 무리한 단기부양책이나 급격한 경상적자 축소책을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 반짝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제 자체의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마련임을 모두 명심했으면 한다. 이 두 원<연세대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