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세계]연말 인사철 『자리 비우기도 겁나요』

  • 입력 1996년 11월 10일 20시 28분


「李英伊기자」 K사 기획팀의 張모차장(38)은 요즘 사무실에서 자리를 비우기가 겁난다. 연말이라 처리할 일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명예퇴직이니, 감량경영이니 해서 을씨년스런 회사분위기 때문에 퇴근시간이 지나도 선뜻 일어서기 힘들다. 특히 회사가 「생산성 10% 올리기」를 내세워 임원이나 관리직을 영업직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할 움직임이어서 마음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아직 나이도 있고 하니 명예퇴직이야 안되겠지만 지방이나 영업직에 발령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당분간 개인적인 저녁약속을 삼간다. S그룹 金모과장(35)은 인사부에 있는 입사동기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느라 바쁘다. 그의 관심은 자신에 대한 정보보다는 임원 등 「상층권 동향」에 더 쏠려 있다. 임원승진을 눈앞에 둔 직속상사 부장에게 각종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 그의 주된 역할. 부장과 1대1로 만나면 스스로가 상사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자신의 인사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종의 「동맹군」관계를 맺는 것이다. 술이면 술, 노래면 노래, 노는 데만큼은 자신있는 D사의 徐모차장은 조만간 열릴 사내체육대회 망년회 등 각종 모임에서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해 볼 생각이다. 이번 기회에 「박력」과 「감각」을 맘껏 보여줄 심산. 그러나 과음이나 흥분은 오히려 상사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피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신세대 사원 李모씨(29)는 선배들의 이같은 모습이 영 우습게 보인다. 과거 선배들은 30,40대에 사장이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차피 난 입신출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그는 아예 인사불감증이 된다. 그래서 선배들에 대해서도 하고픈 말 다하는 소신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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