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토리 인 밀라노’

  • 동아일보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D-1]
운명처럼 만나 성장한 임해나-권예
운명같은 연인 연기로 올림픽 도전
내일 피겨 아이스댄스 리듬댄스 출격

한국 피겨스케이팅 유일의 아이스댄스 팀인 임해나(오른쪽)-권예 조가 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스댄스가 너무 먼 무대 같았던 올림픽 기회를 줬다”는 임해나-권예 조는 6일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 단체전 아이스댄스 리듬댄스에서 한국 피겨 대표팀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 피겨스케이팅 유일의 아이스댄스 팀인 임해나(오른쪽)-권예 조가 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스댄스가 너무 먼 무대 같았던 올림픽 기회를 줬다”는 임해나-권예 조는 6일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 단체전 아이스댄스 리듬댄스에서 한국 피겨 대표팀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소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한국계 캐나다인 부모를 둔 소녀는 다섯 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트를 탔고,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를 보고 올림픽을 꿈꿨다. 그런데 점프가 늘 말썽이었다. 열네 살까지 소녀는 울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날이 많았다.

#소년은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중국계였는데 두 살 때 어머니가 캐나다인 새아버지와 가정을 꾸리면서 캐나다 퀘벡에서 자랐다. 체험 행사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을 처음 배운 소년은 열한 살 때부터는 남녀가 짝을 이뤄 연기하는 아이스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훈련지인 몬트리올에 함께 탈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었다.

#점프가 힘겨웠던 소녀는 피겨는 계속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해답이 점프가 없는 아이스댄스로 전향하는 것이었다. “몬트리올로 와 보라”는 ‘엄마 친구’의 말을 듣고 가족이 있는 토론토를 떠나 몬트리올로 유학을 갔다. 2019년 그렇게 아이스댄스 임해나-예 콴 조가 탄생했다.

아이스댄스는 연기만큼 파트너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는 두 국적의 선수가 짝을 이룰 경우 파트너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출전하도록 허용한다.

두 선수는 모두 캐나다 국적이 있어서 상관없는 얘기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설날이면 떡국을 먹고, 축구 월드컵 땐 한국을 응원했던 임해나는 캐나다가 아닌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 대표로 뛰길 원했다.

둘은 2020∼2021시즌부터 임해나가 원하는 대로 한국 대표로 국제무대에 섰다. 2021∼2022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한국 최초 메달(동), 2022∼2023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한국 최초 금메달, 2023 주니어 세계선수권 한국 최초 은메달 등 한국 아이스댄스의 역사를 연일 써 내려갔다.

최종 목표인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선 또 하나의 벽을 넘어야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은 ISU 주관 대회와 달리 두 선수의 국적이 같아야 한다. 예 콴은 시간을 쪼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귀화 준비를 시작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어머니 리 콴 씨는 내심 아들이 중국이나 캐나다를 대표해 뛰길 바랐다. 아버지 시드니 씨도 아들이 캐나다 대표로 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예 콴의 부모는 결국 아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귀화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인 노력과 비행기 표를 포함한 비용은 모두 예 콴의 부담이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상당한 돈을 쓰고 있던 예 콴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예 콴은 유소년 코치를 병행하면서 돈을 벌었다. 예 콴은 마침내 한국 귀화에 성공했고 ‘권예’라는 한국 이름을 얻었다.

한국 유일 아이스댄스 팀인 임해나-권예 조는 6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아이스댄스 리듬댄스에서 이번 대회 한국 피겨 대표팀의 첫 스타트를 끊는다. 아이스댄스는 정해진 테마음악(이번 시즌은 1990년대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리듬댄스와 자유곡을 배경으로 연기하는 프리댄스로 나뉜다.

3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이들은 “올림픽은 너무 먼 무대 같았는데 아이스댄스가 우리에게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경기장에 도착해 오륜기를 보자마자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페어 종목 선수가 출전하지 못해 단체전 4종목(남녀 싱글, 아이스댄스, 페어) 점수를 합산해 상위 5개국만 진출하는 프리 종목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다만 이들의 프리댄스는 아이스댄스 개인전 경기에서 볼 수 있다.

임해나-권예 조의 프리댄스 프로그램은 전쟁에 징집돼 이별해야 하는 연인의 애절한 감정을 녹였다. 임해나는 더 많은 이들이 이 무대에 몰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속에서 연기할 인물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서 적고 있다. “올림픽을 보시는 분들이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자세히 느끼실 수 있으면 해 쓰기 시작했다. A4용지로 9장 정도 되는 짧은 글이다. 마지막 정리 중인데 올림픽 프리댄스 경기 전에는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캐나다#토론토#아이스댄스#임해나#권예#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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