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와 듣는 음악’ ‘찾아가 듣는 음악’ 달랐다

  • 동아일보

[컬처연구소] 숏폼 vs팬덤
영상 배경음악 등 쓰이며 ‘재발견’… 숏폼차트 상위 오르며 다시 인기
국적-장르 불문하고 편하게 즐겨… 멜론 등 음악플랫폼선 ‘감상’ 중심
특정 가수곡 반복 청취 성향 강해… 팬들의 선택이 차트순위 뒤집어

하마다 킨고
하마다 킨고
#1. 일본 가수 하마다 킨고가 1982년 발표한 ‘거리의 돌고래(街のドルフィン)’는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자주 들리는 음악 중 하나다. 1980년대 일본 시티팝 황금기를 이끈 킨고의 이 곡은 동물이나 일상 등을 담은 숏폼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며 재발견됐다. 이 노래 덕에 시티팝에 빠졌다는 유모 씨(25)는 “몽환적인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좋아서 노래 정보를 찾아봤는데, 40년 전 곡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카더가든의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
카더가든의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
#2. 카더가든이 2021년 발표했던 곡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는 최근 멜론 TOP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4’에서 출연자들의 과거 연애 서사를 상징하는 곡으로 쓰이며 주목받아 역주행을 거듭한 결과다. 카더가든은 1위 소식을 접한 뒤 소셜미디어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며 “노래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 유튜브·멜론 겹치는 노래 9곡뿐

과거엔 ‘인기곡’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다. 카세트테이프나 CD 판매량이 많으면 히트곡이었다가, 2010년대 이후엔 음원 스트리밍 순위가 곧 인기의 척도가 됐다. 각 스트리밍 플랫폼의 인기곡 순위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처음 듣는, 혹은 오래된 음악이 대중의 귀에 꽂히는 경우가 잦아졌다. 각종 밈과 챌린지를 통해 쇼츠에서 많이 소비되는 게 ‘인기곡’의 또 다른 기준이 된 것이다.

음악 플랫폼 인기곡 어떻게 다른가 4일 기준.
음악 플랫폼 인기곡 어떻게 다른가 4일 기준.
실제로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 TOP100과 유튜브 쇼츠 ‘일간 인기곡’ 차트 상위 50곡(4일 기준)을 비교해 보니 두 차트의 양상은 크게 달랐다. 우선 두 차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곡은 △아일릿의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 △에픽하이의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키키의 ‘404 (New Era)’ 등 9곡(18%)에 불과했다.

화사의 ‘Good Goodbye’
화사의 ‘Good Goodbye’
겹치는 곡이라도 순위는 크게 달랐다. 화사의 ‘굿 굿바이(Good Goodbye)’는 멜론 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유튜브 쇼츠 차트에선 37위였다. 반대로 아일릿(ILLIT)의 ‘NOT CUTE ANYMORE’는 멜론 차트는 16위지만, 쇼츠 차트에선 7위였다.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해 키링에 매달린 것 같은 쇼츠를 연출하는 이른바 ‘후드잡샷 챌린지’가 유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일릿의 ‘NOT CUTE ANYMORE’
아일릿의 ‘NOT CUTE ANYMORE’
멜론 차트 상위권 곡들은 대체로 반복적인 감상을 하는 ‘팬덤’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음원 차트를 ‘올킬’한 걸그룹 엔믹스의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6위)’,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은 르세라핌의 ‘스파게티(SPAGHETTI·10위)’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로로의 ‘0+0’
한로로의 ‘0+0’
18위에 오른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49위에 오른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처럼 뮤지션에 대한 ‘충성 청취자’들의 스트리밍이 돋보인 곡도 있었다.

● 국적·장르 경계 옅은 쇼츠 차트

음악 플랫폼 인기곡 어떻게 다른가 4일 기준.
음악 플랫폼 인기곡 어떻게 다른가 4일 기준.
반면 유튜브 쇼츠 차트는 국적과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다국적’ 분위기가 강했다. 일본 시티팝은 물론 중국 노래, 해외 인디 음악, 인스트루멘털 트랙까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장르가 뒤섞였다.

young kai의 ‘Blue’
young kai의 ‘Blue’
쇼츠 차트 1위에 오른 중국 가수 YOUNG DRUG의 ‘Qiu Qiu’는 특정 가사가 한국어로 ‘척추’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밈을 타며 확산됐다. 2위인 Zxkai & Slxughter의 ‘No Batidão’은 댄스 챌린지가 핫해지면서 자주 소비됐다. 음악 자체의 완결성이나 인기보다는 이 음악이 ‘어떻게 쓰기 좋은가’라는 영상 소비적 관점에서 순위가 매겨진 셈이다.

숏폼에선 기성 가수가 아닌 이의 노래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한강 고양이 리믹스’를 만든 유튜버 행복한피자빵이 제작한 ‘니가 킹받으면 좋겠어’도 차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멜론에서 음악은 여전히 감상의 대상이지만, 쇼츠에서 음악은 영상의 일부이자 도구에 가깝다”며 “팬덤을 만들기 위한 투자 비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알고리즘에 바탕을 둔 음악 소비의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튜브 쇼츠#멜론 TOP100#음원 스트리밍#숏폼 영상#알고리즘 음악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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