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과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주장하며 이란은 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6.06.11 워싱턴=AP 뉴시스
“지금은 80~85%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2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며칠 내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합의 가능성을 이같이 전망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이날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그동안 합의가 이보다 더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며 종전 MOU 합의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등 지도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가장 진전된 단계”라고 평가했다. 종전 MOU가 체결되면 양국은 최근 군사 충돌을 벌이며 결렬 위기에 처했던 휴전을 일단 60일간 연장하게 된다.
다만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MOU 체결 시점(14일)을 부인하며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 처리와 대(對)이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온도 차도 여전히 감지된다. MOU가 체결되더라도 후속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 美 “핵물질 반출 등 명문화” vs 이란 “핵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미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몇 주 전만 해도 미국이 제안하면 이란은 원론적인 협력 의사만 밝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4시간은 사실상 총력전이었다. 이제 결승선만 통과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MOU 체결로 얻게 될 성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미국의 대이란 역봉쇄 해제 △이란 핵 프로그램 해체 △미국의 이란 농축 핵물질 확보 △장기적인 지역 안정 △합의 이행을 검증하는 사찰 체계 구축 등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MOU에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문구를 마련했다”며 이란 핵물질 폐기 및 반출을 이전보다 명확히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란이 핵물질 폐기, 반출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것. 로이터통신도 14일 이란이 핵무기 제조 및 획득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MOU를 통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은 구체적인 핵 폐기 약속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 등은 MOU에 들어갈 항목으로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 재확인’만 언급했다. 아라그치 장관도 이날 국영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은 향후 다음 단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등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 美 “호르무즈 완전 개방” vs 이란 “선박에 서비스 비용 검토”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향후 대이란 제재 완화를 놓고도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양국은 MOU 체결 즉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해협 역봉쇄 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통행료는 부과하지 않겠지만 서비스 비용(service fees)은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완전 개방’을 강조해 온 미국과 달리 ‘제한적 개방’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이란은 MOU 서명이나 협상 자체만으론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핵물질 폐기와 핵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등 추가 조치에 나서면 그때마다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라는 것. 반면 이란은 수년간 묶여 있는 해외 동결 자산 해제를 조기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14일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동결된 자산 중 250억 달러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무력화를 목표로 레바논에서 군사작전 중인 이스라엘은 14일에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등을 공습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X를 통해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의 다히예 공습은 미국이 자국의 약속을 이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썼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아침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공격은 이란과의 평화 협정 체결이 바로 앞에 다가온 특별한 날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레바논을 포함한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 줄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며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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