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 위한 채찍질…김연경 은퇴 선언, 우승 열망 더 커졌다

  • 뉴스1
  • 입력 2025년 2월 14일 10시 21분


정규시즌 1위 유력한 시점서 “시즌 후 은퇴” 선언
팀 내부 결속 커질 듯…“당연히 좋은 마무리 원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 뉴스1 DB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 뉴스1 DB
정규시즌 종료를 불과 8경기 남겨둔 시점,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돌연 “올 시즌 후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소속팀 흥국생명과 동료들로선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질 배경이 깔렸다.

김연경은 지난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둔 뒤 수훈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다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 김해란의 은퇴식에서 “나도 곧 따라가겠다”고 말했던 그는, 이날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인터뷰 하던 정윤주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갑작스러운 ‘선언’이었다.

김연경은 말이 필요 없는 여자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프로리그 데뷔와 함께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고, 소속팀 흥국생명을 최강팀으로 올려놓은 뒤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물러날 때까지 16년간 활약했다. 김연경이 함께 할 때의 여자 배구 대표팀은 세계 레벨에서도 경쟁력을 과시했고 2012 런던, 2021 도쿄 등 두 차례 올림픽 4강에 오르기도 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 뉴스1 DB
선두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 뉴스1 DB


30대 후반의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김연경의 기량은 여전하다.

김연경은 올 시즌 현재까지 득점 부문 6위, 공격 성공률 2위, 오픈 공격 5위, 퀵오픈 1위, 서브 9위, 리시브 2위 등에 올라있다. 공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국내 선수 중 1위이고 공수 양면에서 여전히 ‘톱클래스’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다.

아직도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김연경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런 선택을 내렸다”면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은퇴 발표 시점은 미묘하다. 통상 베테랑 선수의 경우 마지막 시즌을 출발하면서 은퇴를 예고하거나, 시즌을 모두 마친 뒤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연경의 경우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 그것도 정규시즌 막바지에 갑자기 발표했다.

물론 고민은 많았을 터다. 김연경의 ‘은퇴설’은 이미 2022-23시즌부터 흘러나왔다. 2023-24시즌이 끝나고 김연경이 정규시즌 MVP를 받을 때 은퇴하는 것 아니냐 추측이 많았으나 그는 시상식에서 현역 연장을 발표했다.

시점을 심사숙고했을 김연경은 결국 올 시즌 종료 후로 최종 결정해 발표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타이밍까지 계산하진 않았겠지만, 김연경의 ‘은퇴 선언’은 팀 동료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터다.

흥국생명 김연경. 뉴스1 DB
흥국생명 김연경. 뉴스1 DB


언급했듯 김연경은 팀 내 확고한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다. 정윤주와 김다은 등 젊은 선수들은 물론,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 주장이자 오랜 친구인 김수지와 2명의 외인까지, 흥국생명 팀원 모두가 김연경을 의지하고 믿고 따르고 있다.

그런 김연경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으로는 한 달 반 남짓, 경기 수로는 많아도 15경기 내외다. 김연경과의 마지막을 ‘해피 엔딩’으로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흥국생명은 최근 2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2-23시즌엔 도로공사에 첫 2판을 잡고도 내리 3경기를 내주는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고, 지난 시즌엔 현대건설에 3경기 연속 풀세트 끝 패배를 당했다. 김연경이 은퇴 시기를 조금 더 미루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김연경은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하겠다”고 했지만, 올 시즌 현재 흥국생명의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위기를 견뎌내고 최근 8연승을 달리면서 2위 정관장과의 격차를 14점까지 벌렸다. 그의 은퇴 선언이 달리는 흥국생명에 가하는 ‘채찍질’로 작용할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김연경도 우승 욕심을 숨기진 않았다. 그는 “누구나 좋은 마무리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시즌 전 준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잘 해왔기 때문에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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