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이승훈이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라이트사이드 1260(오른쪽 방향으로 세 바퀴 반 회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이승훈(20)은 ‘눈밭’에서 이름을 좀 날리는 선수다. 다만 겨울 종목에서 ‘이승훈’이라고 하면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37)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이 된 이승훈은 “‘설상’ 이승훈은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이승훈은 8일 중국 하얼빈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하프파이프 남자부 경기에서 97.5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날 1차 시기에 오른쪽 방향으로 세 바퀴 반을 도는 ‘라이트사이드 1260’을 최고난도 점프로 구성해 96.00점을 받았다. 그리고 3차 시기에 회전 축을 두 차례 바꾸는 ‘더블콕’ 점프를 추가해 97.50점까지 점수를 끌어올렸다. 이승훈을 제외하면 이날 91점 이상을 받은 선수도 없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이승훈은 원래 이번 대회 때 파이프에 뒤로 진입한 뒤 공중에서 축을 두 번 바꿔 가며 세 바퀴 반을 도는 ‘스위치 더블콕 1260’을 구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공식 훈련 때 이 기술을 시도하다 고꾸라져 눈 주위에 부상을 입는 바람에 정식 경기 때는 이 기술을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야부리 스키 리조트는 이날 최고 기온이 영하 10도밖에 되지 않았던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기에 적당한 조건이 아니었다.
이승훈. AP 뉴시스눈에 멍이 들어 시상식에도 안대를 착용하고 나온 이승훈은 9일 새벽 비행기로 하얼빈에서 곧바로 캐나다 캘거리로 이동해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을 준비한다. 지난해 자신이 한국 프리스타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FIS 월드컵 메달(동)을 땄던 곳이다. 이승훈은 “월드컵 첫 메달도, 아시안게임 첫 메달도 메달을 땄을 때의 뿌듯함을 잊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 1년밖에 남지 않아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에도 이를 갈고 나온다. 저도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채운. AP 뉴시스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대표 이채운(19)도 같은 날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출전 선수 중 홀로 90점대 점수(90점)를 받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2023 FIS 세계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이자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때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2관왕에 올랐던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 하프파이프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9일 열린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에서는 정동현(37)이 1, 2차 시기 합계 44초08로 고야마 다카유키(24·일본·43초29)에게 0.79초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 종목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했던 정동현은 3일 부친상을 당했지만 대회 일정 때문에 발인도 하지 못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정동현은 “스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버지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버지에게 계속 배우며 선수 생활을 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대회에 나가라고 하셨을 것 같았다. 그런 만큼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분하다”고 했다.
정동현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이 종목 21위에 오르며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로는 올림픽 최고 성적을 남겼던 선수다. 정동현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밀라노에서는 꼭 10위 안에 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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